산을 오르면 하늘이 다르다. 산 아래에서 보는 구름과 산꼭대기에서 보는 구름은 모양이 다른 만큼 느낌의 차이도 크다. 산 아래의 먹구름은 발걸음을 재촉하게 하지만, 산꼭대기에서 내려보는 운무는 포근한 솜이불처럼 보송보송하다.

보는 시간과 위치에 따라 자연이 다르게 보이듯 사회도 마찬가지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추진 중인 아파트 건설 사업도 시간과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예전에는 봉화산을 파헤치는 자연 파괴적이고 반서민적인 사업이라고 대놓고 반대한 사람이 근래에는 순천에 아파트가 부족하다며 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한다고 내놓고 외친다.

봉화산이 동 서 남 북 할 것 없이 깎여나가고 있다. 신축 아파트로 둘러싸여 이제 섬이 되어버렸다. 다른 도시에선 복개한 천을 원상태로 복원하는 마당에 신규 아파트를 위한 도로를 만든다며 동천을 덮고 있다.

이런 와중에 순천시청에 태풍이 불어닥쳤다. 망북지구 주민 23명이 힘차게 펄럭인 날갯짓이 태풍이 되어 순천시를 강타한 것이다. 법원의 판결이나 감사원의 조치, 환경부의 통보에도 순천시는 밀어붙였다. 하지만 시민이 고분고분하게 가만히 있지 않은 결과로 무효 판결을 얻어냈다. 일부에서는 '공원녹지과 일개 팀장이 엄청난 개발사업을 주물렀겠냐?'며 윗선의 지시나 개입을 의심한다. 조충훈 전 시장 때 시작한 사업을 허석 시장 때 본격화한 사업이다. 입주를 기다리는 많은 시민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은 듯 불안에 떨고 있다. 마침 검찰이 수사 중이라니 명백하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태풍 속에서 그 진로를 알 수 없듯이 숲속에서는 산을 볼 수 없다. 멀찍이 떨어져야 보인다. 숲을 벗어나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다.

순천시는 더불어민주당 숲속에 있었고 얼마간은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 2명 모두와 25명의 시의원 중 20명이 더불어민주당이다. 진보당의 최미희, 유영갑 시의원과 국민의힘 이세은 비례대표, 유일한 연임 4선의 이복남 시의원과 또 다른 무소속 우성원 시의원 등 비 더불어민주당 5명이 시의회에 진출하게 되었다. 순천시가 가야 할 길을 숲을 벗어난 눈으로 얘기해주기를 기대한다.

10년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노관규 시장의 시선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숲을 바라볼 수 있을까? 우리는 머지않아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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