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부터 차도와 인도로 오가며 일하는 조성남 환경미화원(38)은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 두렵다’고 호소했다. 비가 내리면 운전자의 시야가 좁아져 잘 안 보인다. 비가 오면 환경미화원은 우비를 입기에 차를 보는데 둔감할 수밖에 없다.
20대 때는 잘 몰랐는데 30대가 되어보니 알게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차의 불빛이 오면 알겠어요, ‘왜 고양이들이 차에 치이는지요’, 차가 오면 제 몸이 멈춰요. 불빛을 보면 고양이처럼 몸이 굳어버리는 거죠.”
비 오는 새벽에 만난 조 씨의 소망은 ‘앞으로 25년 정도를 청소 현장에서 안전하게 작업하는 것’이다. 조 씨는 며칠 전에 수영하러 가시는 할머니를 만났다. 드링크제를 건네면서 아들 같아 보여서 준다고 하셨다. 그 자리에서 마셨다. 고마우니까. 주신 할머니께서도 먹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시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따뜻한 세상에 사는 게 좋다. 하지만 그는 위험에 대해서는 무척 예민하다.
25살부터 환경미화원을 해서 이제 13년이 되었다. 땀 흘리는 게 좋다. 더울 때 시민이 시원한 물 한 잔 주시고, 겨울철 따뜻한 물 한 잔 주시는 게 좋다.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 이 일이 너무 잘 맞는다.
단 한 가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면 아내와 아들이 걱정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안전모를 벗어본 적이 없다. 뼈가 부러지면 이어 붙이면 된다. 머리는 작은 돌멩이가 쳐도 깨질 수 있고 후유증이 남는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솔직하게 말하면 불편해요, 이거 안 쓰면 불편해요. 안전모를 안 쓰면 내가 불편해요”라고 강조했다.
작년 12월에 3명의 환경미화원이 연달아서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했다. 그중 한 명이 도로에서 쓰레기를 쓸고 있는데, 60톤 기중기가 와서 밟고 지나갔단다.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다 한다. 그 시간이 새벽 6시 반이었다. 자신의 근무지도 아닌데, 동료가 휴가를 가서 메꾸려고 나간 자리였다.
아침 6시부터 오전 10시까지 4시간, 휴게 시간이 10시부터 13시까지 3시간, 13시부터 17시까지 4시간 총 하루 8시간 일한다. 하지만 요즘 오후에는 일하지 않는다. 지난 3월 17일에 왼쪽 다리를 다쳐서 7월까지 산재 기간으로 치료 중이다. 1년에 한 번 지급되는 안전화가 당시 구멍이 났었다. 어둠 속에서 작업하다가 유리 조각에 찔려 열한 바늘을 꿰맸다. 발바닥이 찢어진 게 지금까지 10번이다.
발바닥을 보면 흉이 뚜렷하게 세 개가 나 있다. 아침에 4시간 작업하고 오후에 병원에 가서 치료한다. 하지만 계속 움직이고 쓰기 때문에 잘 안 낫는다. 입원하면 산재라고 해도 임금이 100% 다 나오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생활비도 들어가고 아이들 학원도 보내고 어린이집도 보내고 해야 하니까. 발바닥을 보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의 가슴에는 노란 4.16 리본이 달려있다. 4월 15일이 생일이었는데, 그다음 날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안전에는 예외 조항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가 남은 25년 동안 안전하게 일하며, 우리 동네를 깨끗하게 쓸어주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