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진로를 고민하는 고등학생에게 드리는 글

▲ 장용창
행정학 박사
훌륭한 학생은 어떤 꿈을 품어야 할까요? 저는 공인회계사 일을 그만 두고 환경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업을 바꾼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익(私益)이 아닌 공익(公益)을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저는 공인회계사라는 것이 사회비리를 캐는 일을 하는 건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를 더 투명하게 만들고, 우리나라를 좋은 나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누가 나에게 돈을 주는가?’입니다. 공인회계사에겐 누가 돈을 줄까요? 저는 공인회계사가 공익을 위해서 일하는 줄 알고, 그래서 국가가 돈을 주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공인회계사에게 돈을 주는 사람은 기업입니다. 회계나 세금 문제에 대한 자문을 해준 대가로 기업이 공인회계사에게 돈을 줍니다. 공인회계사는 철저히 기업들의 사익을 위해서 일합니다. 공인회계사의 공인은 공익을 위한다는 공인이 아니라, 전문성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는 뜻에서 공인입니다.

공인회계사뿐만 아니라 변호사나 의사 등 많은 전문가들이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해 일합니다. 고등학교 때 반에서 일등을 했던 우리나라의 천재 대부분은 이렇게 어떤 기업이 돈을 더 잘 벌 수 있도록 기업을 도와줍니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 없으면 망한 사회

공부를 잘하는 최고의 수재들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공익을 생각할 때 정말 슬픈 일입니다. 정부와 기업이 법률 소송을 하거나 세금 문제로 다툴 때 대부분 기업이 소송에서 이깁니다. 왜냐면 그 똑똑한 수재들이 정부 편이 아닌 기업 편에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정부에 피해를 줘가며 기업 편에서 일했을 때의 그 허망한 경험 때문에 저는 공인회계사 일을 그만 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도와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겼던, 그래서 수백 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던 회사는 외국 기업이었습니다. 제가 도와준 덕분에 그 기업은 수백 억 원의 세금을 안 내고 외국으로 합법적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대부분의 공인회계사, 변호사들이 하는 짓이 이렇습니다.

어때요? 그래도 회계사,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학교에서 천재 소리 듣던 친구들이 이렇게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공익을 갉아먹는 일을 하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에요?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세상은 망합니다. 그게 바로 ‘공유지의 비극’입니다. 수만 년 역사 동안 인류는 공익을 위해 일해 온 사람들 덕분에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부터 가능하면 공익에 부합한 일을 하자고 맘먹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남들 앞에 100% 떳떳하게 사리사욕이 없노라고, 오로지 공익을 위해서 일한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회계사 일을 할 때보다는 공익에 좀 더 부합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환경 정책을 연구하는 일입니다. 연구를 통해 현재 어떤 정책이 문제이고,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 지, 그 대안을 제시합니다. 정부가 저의 제안을 받아들여 정책에 반영한다면 그 효과는 모든 사람에게 미칩니다. 사람들은 그걸 못 느낄 겁니다. 하지만 저의 연구로 정부가 예산을 아끼게 되기 바랍니다.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고,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을 쓰도록 설득하는 일을 저는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하는 일은 참된 정보를 생산하는 일입니다. 정보는 공공재라서 공유하면 할수록 가치가 커집니다. 그래서 참된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게 됩니다.
고등학생 여러분도 이런 꿈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익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꿈을 말이지요. 공익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보람 있고, 성스러운 일입니다. 예수님은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천국을 얻는다고 했는데, 이때 평화라는 것도 바로 공익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돈 없이도 풍요로운 삶 가능

어떤 사람은 시장경제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으니, 내가 사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그것이 곧 공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미안하지만 틀렸습니다.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안철수라는 사람이 하는 주된 이야기도 그것이죠. 기업을 차려서 돈을 벌면 그게 곧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요. 미안하지만 틀렸습니다. 가끔 사익이 공익에 부합하는 경우도 있지만, 21세기에 인류 사회를 망하게 하는 가장 무서운 사고방식이 바로 ‘보이지 않는 손’의 논리입니다. 실제로 사익은 그냥 사익일 뿐이며, 공익을 망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사익 추구가 공익에 부합한다고 거짓말을 해댑니다. 그래서 점점 더 사익 추구만 많아지고, 공익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망할지도 모릅니다. 생각해 보세요. 짐승들처럼 센 놈들이 약한 놈을 잡아먹는 사회라면, 그건 이미 망한 사회 아닌가요?

텔레비전과 온갖 신문에서 여러분에게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강요합니다. 돈을 안 벌면 사회에서 도태된다고 협박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하죠? 자신을 불안하게 하는 모든 이야기는 거짓입니다. 이 세상에는 여러분이 먹고 살만한 충분한 자원이 있습니다. 그러니 돈을 벌려고 애 쓰지 않아도 여러분은 충분히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진로를 선택할 때 돈을 잘 벌 수 있는지 걱정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공익을 위해서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해 주세요. 어떤 진로를 선택할 때 이 사회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해 주세요. 그렇게 할 때 이 사회는 여러분 때문에 유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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