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가둬두고 면전에서 생태·생명 타령이라니...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세계동물영화제가 지난 23일 순천만정원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인 조충훈 시장은 개막사에서 이번 영화제는 “생산을 독려하던 산업시대를 지나 문화와 예술, 자연생태가 중시되는 시대”에 부합한 영화제라고 소개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동물들이 인간들의 이기심 탓에 끊임없이 고통 받고 있다”며 이번 영화제를 통해 “상처받고 있는 동물들의 아픔을 보여주고 생명 존중의 (가치를) 실천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조 시장이 자연생태와 동물의 아픔을 언급할 때마다 순천만정원 국제습지센터 한 쪽에 자리한 ‘순천만야생동물원’이 아른거린다. 현실과 이념의 간극 때문일까? 영화 속 동물이 겪는 아픔에는 공감하면서 영화제가 열리는 바로 그 현장에서 당장 고통 받고 있는 야생동물들은 안 보이는가?

동물원은 많은 아이들과 탐방객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관찰하고 즐기는 곳이지만, 또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갇혀있는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곳이다.

그러나 조 시장을 비롯한 영화제 관계자 중에 야생동물원에 갇힌 동물에 관해 얘기하거나 그들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언급한 인사는 누구도 없다. 영화제의 본질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 사람들에게 영화제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이벤트일 뿐이고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조 시장이 스스로 언급한 “상처받고 있는 동물들의 아픔”이나 “생명 존중의 실천”은 말뿐인 셈이다.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300만명이고 시장규모가 2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관련 산업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본질을 망각한 이벤트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생태수도를 표방하고 그에 걸맞은 사업으로 성공을 자축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그 맥락 속에서 재개장한 순천만정원은 생명이 존중받는 생태정원이어야 한다.

순천만야생동물원은 자연생태계에 대한 배려가 없는 공간이다. 쇠백로는 방수페인트로 도배된 좁은 유리벽 안에 갇혀있다. 콘크리트 수조에는 처음엔 수달이 지금은 물범이 갇혀있다. 아프리카 세이셸공화국에서 들여 온 육중한 몸의 알다브라 육지거북 한쌍도 유리벽 안에서 산다. WWT습지에는 깃이 잘린 홍학이며 흑고니, 청둥오리가 갇혀 지내고 있다.

▲ 방수 페인트로 도배된 좁은 유리벽 안에 갇힌 쇠백로

보는 이에 따라서는 유리벽에 갇힌 동물들이 평화로워 보일지 모르지만,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유리벽은 울타리보다 잔인한 감옥이다.

시는 사람들이 야생동물원을 통해 “야생동물도 지구정원의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자연그대로의 순천만을 보전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깨닫길 바란다”고 말한다. 선뜻 이해하기도 어려운 말이지만, 깨닫게 하는 방법치고는 참 잔인하고 고약하다.

로드킬을 다룬 다큐 ‘어느 날 그 길에서’를 출품한 황윤 감독은 <동물원의 탄생>이란 책을 빌려 지금과 같은 ‘근대식 동물원’은 제국주의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약탈자로서의 우월감과 자연에 대한 정복욕이 뒤섞여 만들어진 것이 바로 동물원이라는 것이다.

이제 곧 영화제가 끝난다. 영화제에 참여한 시민들만이라도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동물원에 갇힌 현실 속 야생동물의 “생명 존중”에 관심을 갖게 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