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학섭
대대교회 목사
순천만은 유독 밤하늘이 아름다운 곳이다. 밤이면 육안으로도 별을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청명하다. 그래서 이곳에 천문대가 세워진 것은 너무 당연한지도 모른다. 더구나 낮에는 새를 관찰하는 용도로 사용하니 금상첨화다.

하지만 오늘에 와서는 그런 생각을 버렸다. 왜 그런지는 밤이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천문대로부터 약 200m 떨어진 곳에 우후죽순처럼 서 있는 상가에서 켜둔 요란한 불빛들을 보면 과연 이곳이 자연생태공원과 천문대 지역이 맞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어찌나 네온들이 반짝거리는지 별관측은 고사하고 똑바로 걷기도 힘들 정도다.

순천만을 ‘자연생태공원’이라 부른다. 자연생태공원과 네온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천문대가 있고 자연생태공원이 자리한 곳에 식당과 펜션을 나란히 세워진 곳이 이 세상 어디에 여기 말고 또 있을까? 적어도 자연생태공원하면 주변까지도 사람의 때가 묻지 않아야 정상이다. 자연생태공원이란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여야 한다. 자연생태공원이란 주변까지도 인공보조물들이 없어야 맞다. 그것이 상식이다. 순천만정원을 만든 첫 번째 이유가 무엇이던가? 도시 팽창을 막고 순천만을 원형 그대로 보전하겠다는 뜻이 아니던가? 자연생태공원과 천문대가 있는 곳에 밀집상가가 조성됨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한 정치인은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얻은 적이 있다. 이제 순천만은 “저녁이 없는 삶”으로 황폐되어 가고 있다. 빛 공해로 인하여 수면방해를 받고 있다. 이러다가 순천만은 머지않아 ‘별 볼 일 없는 마을’이 될지도 모른다. 밤은 캄캄해야 제격이다. 밤이면 별을 헤아리는 동화 같은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손자들과 함께 별을 헤아려보는 추억도 만들 권리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차적인 책임은 상인들이 아니라 아무런 규제도 조건도 없이 자연생태지역에 건축허가를 내준 지자체에 있다. 물론 건축법에 하자가 없는 한 허가를 해줘야 하는 행정 당국의 고충도 이해는 한다. 그래서 조례제정이 시급하다. 자연생태공원 지역에서 건축할 시 네온을 금지하거나 소등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면 이미 설치한 비용은 보전해 주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조금 엉뚱한 제안일지 모르겠지만 순천만 지역을 “별을 보는 마을”로 전향해 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밤 8시~10시까지 별을 보는 시간으로 정하여 모든 상가가 동시에 불을 끄는 것이다. 완전 소등이 어려우면 부분 소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도 있겠지만 촛불로 대신하면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 확실하다. 어쩌면 운치 있는 별밤을 즐기려는 이들 때문에 성가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상인들은 언제든 손님이 많아진다면 불 끌 준비가 되어 있다. 이렇게 된다면 자연생태공원과 상인들이 공존하고 주민 역시 차분해진 밤을 얻게 될 것이다. 조명만 빼면 자연생태공원과 천문대 그리고 별 환상적인 어울림이다.

적어도 자연생태공원은 태고의 신비가 간직되어야 가치가 높아진다. 순천만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은 자연 그대로다.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와 갈대숲 사이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별들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탐방객도 불편해야 하고, 주민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상가들도 오래 오래 안정되게 돈을 벌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순천만에서 별을 보고 싶다. 요란한 불이 꺼지는 날 별을 보는 꿈이 이루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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