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징검다리 교육감』

▲ 「메디치」에서 출판한『징검다리 교육감』표지
『징검다리 교육감』은 최초의 진보교육감이었던 곽노현의 자전적 교육개혁 보고서이다. 책은 처참한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꼬집은 1부에서 시작하여, 재임기간 추진했던 교육정책·교육행정 개혁을 담은 2·3부, 앞으로 교육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언한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오체불만족 공교육’, ‘교육불가능 시대’라고 뼈아프게 진단했다. PISA 결과 학업성취에서는 세계 1등이지만 청소년 자살률, 행복감, 민주시민 의식 수치 등에서 세계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 그 예. 또한 지식 교육에 치중하여 인성 교육에 소홀한 점, 교실까지 옥죄는 관료제의 폐해를 교육현실의 중병으로 보았다.

2부와 3부에는 이러한 현실에 맞서 그가 개혁하려 했던 것들이 낱낱이 열거되어 있다. 2부에서는 문·예·체 교육, 체벌 금지, 학생인권, 학교폭력 방지, 친환경무상급식, 혁신학교, 중학생 직업체험 교육, 특성화고 취업률 제고, 소규모 테마 수학여행, 방과후 학교, 제철학습, 장애학생 통합교육 등 모두 12가지 교육정책 개혁을 통해 ‘공교육의 새 표준’을 만들고자 하였다.

3부에서는 교육정책을 담는 그릇이자 전달 통로인 교육행정을 개혁해낸 사례들을 담았다. 중식지원 비율을 파악해 예산배분에서 인사정책까지 세심하게 조정했고, 학교 자율성 강화를 위해 정책사업을 감축시켰다. 그 외에도 교원업무정상화, 학교장평가지표 재편, 학생행복지수 측정, 거버넌스, 500인 원탁회의, 학생참여 확대, 학부모 참여와 학부모교육 확대, 원칙있는 인사행정, 사학비리와의 전면전, 시설민주주의, 책임적 조달행정, 대외협력, 교육청과 지자체 연계, 서울교육희망공동선언, 혁신교육지구, 교육감 직선제 등 굵직굵직한 개혁책을 추진해갔다.

4부에서는 교육계가 나아갈 방향을 ‘교육개혁 10계명’이라는 형식으로 제언했다. ① 교육기회의 실질적 균등화 ② 21세기에 걸맞는 교육과정의 개혁 ③ 학생인권과 자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개발 ④ 교육부와 교육청에 만연되어 있는 고질적 관료주의 척결 ⑤ 교원인사 ·승진제도의 개혁 ⑥ 교원업무정상화 ⑦ 개혁주체 세력의 구축과 확산을 위한 인사권과 협치과정의 활용 ⑧ 현장 교사를 개혁주체로 ⑨ 고도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교육청과 학교 개혁 ⑩ 지역사회와 학교간의 협치와 협력이 그것이다. 혹자는 이를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명료한 개혁의지를 가지고 교육감 직을 수행한 사람이 아니면 말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간추려 낸 명제들이다. 간명하고 폐부를 찌른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책을 덮으며, 과연, 징검다리가 맞구나 고개 끄덕였다. 1부에서 2·3부로 넘어오며 징검다리를 놓았다면, 2·3부에서 4부로 넘어오면서는 함께 징검다리를 건널 것을 제안하는 형국이었다. 다만 그는 징검다리를 다듬어서 놓지 않았다. 우둘투둘 제멋대로일망정 자연의 결을 살려 천년세월을 버티는 ‘덤벙주초’처럼, 그의 개혁책들은 ‘삐뚤빼뚤’할망정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우직하게 놓은 자연석 같다. 학생인권조례 등에서 학생을 학생에 국한하여 보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주체적인 개체로 바라보는 기본 관점이 돋보였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는 13인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됐다. 진보교육감들은 대동소이하게도 곽노현이 추진했던 혁신학교 증가, 무상급식 확대, 자사고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의 책은 당선인들의 머리맡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낼 것이 분명하다. 그의 책이 교육지대계의 징검다리로 빛을 발할 날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박샘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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