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알 소동

▲ 「이랑」에서 출판한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표지.
지난 4월초, 학교 생태연못에 두꺼비 알 수천 개가 나타났다. 며칠 후 시커먼 올챙이 떼가 보이더니 5월에는 정말 작은 새끼 두꺼비들이 연못 주위를 폴짝거리며 뛰어다녔다. 너무 작아서 1학년 꼬맹들이들의 놀이터인 그곳에서 압사당하는 일이 생길 듯 하자 연못들꽃위원회에서 캠페인을 시작했다. 전교 다모임에서 주요 의제로 오르더니 ‘철조망 설치’, ‘출입 금지’, ‘벌칙 강화’ 등 기발한 실천 사항이 채택되었다. 결과는 대성공! 대부분의 새끼 두꺼비들은 무사히 자기 삶터로 돌아갔다. 순천인안초의 생태교육이다.


토끼와 기니피그, 닭들의 공존

처음에는 동물원 막사 같은 사육장이 들어섰다. 생태 사육장과는 거리가 있는 이곳에 넓은 ‘운동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지금과 같은 드넓은 사육농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에는 토끼 수십 마리, 기니피그 10여 마리, 닭 10여 마리가 함께 산다.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녀석들의 동거는 우연하게 시작되었으나 신기하게 잘 지낸다. 가끔 ‘깡패’ 토끼 녀석이 횡포로 일순 긴장감 도는 추격전이 벌어지기는 하지만(폭력을 행사한 녀석에게는 지체 없이 벌방에 고립된다) 기니피그의 번식 속도가 조금 줄어드는 것 말고는 참 평화롭게 지낸다. 이곳은 우리 학생들의 놀이터이자 교직원들의 힐링 장소로도 각광받는다. 사육장에 들어가서 배설물과 집을 청소하는 분들(교장, 실장)도 있고 매일 둘러보고 먹이와 물을 챙겨주는 이들(교감, 1년 담임)도 있다. 나처럼 한 번씩 지나가며 한참 바라보다 돌아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누구나 그곳에서 위안과 평화를 경험한다. 생태학교 인안의 모습이다.
 

자연의 비밀을 푸는 자연주의자

이 책의 저자는 ‘새로운 생태주의자’, ‘자연의 비밀을 푸는 자연주의자’로 불린다. 인간과 자연에 대해 품을 법한 질문 51가지에 대해 풍부한 과학적 근거를 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가령 ‘인간은 왜 머리에만 털이 많을까?’, ‘인류의 진화는 끝났는가?’, ‘왜 새는 알을 낳을까?’, ‘도시에 있는 야생동물은 위험한가?’, ‘강자가 이긴다는 말은 왜 맞지 않는가?’ 등은 여느 생태학자들이 다루지 않은 주제들이다.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장거리 달리기를 주특기로 가지면서부터(단거리는 동물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몸속의 열을 방출할 수 있도록 땀구멍이 발달되었고 자연스럽게 털은 머리로만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몸집이 20배나 차이 나는 ‘흑고니’와 ‘물 닭’ 중에서 수중 생활과 사냥에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물 닭이 큰고니의 개체수를 조절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강자는 힘이 아니라 생활 방식에서 결정된다고 역설한다. 다윈의 이론 중 자유경제학자들이 왜곡해서 사용하는 ‘적자생존’에 불편해 하던 중 반가운 근거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생태주의자라는 호칭은 아마도 통념적인 생태이론에 반하는 주장 때문일 것이다. 자연의 보존만큼 중요한 것이 도시 생태계의 관리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점점 늘어나는 야생동물들의 도시 생활에 관심을 갖고 공존 방식을 찾자는 것이다.
 

양미역취와 토착 식물

며칠 전 학생들과 함께 순천만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순천만 교란식물인 외래종 ‘양미역취 뽑기’를 했다. 거의 공공의 적 수준으로 이 외래식물을 퇴치하면서 드는 의문점은 ‘그래도 가을 순천만 한쪽에서 노랗게 출렁거리는 이 식물도 아름답던데..’였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생태부장 선생님은 “양미역취가 나쁜 식물은 아닙니다. 다만 순천만의 고유 식물의 성장을 많이 방해하기에 뽑는 것이지요. 미안한 마음으로 뽑아주세요.”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토착종과 외래종의 구분은 거의 없어져가고 있다며 극단적인 편견을 갖지 말기를 당부한다. 우리도 이렇게 진화해간다.
 
 
이장규
순천인안초 교사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