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의 자부심 살려 준 아버님을 고향에서 기억해 주었으면...”

순천지역 출신으로 한국 스포츠계에 큰 족적을 남긴 서정권(1912~1984)은 일제강점기 복서 영웅이였다. 열여덟 살이던 1930년 일본 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이후 27전 전승으로 전 일본을 석권했다. 권투 시합 대전료를 고향 순천으로 보내 1935년에 건립한 한옥이 원가곡338번지에 위치한 소천재(紹泉齋). KBS에서는 영상 한국사 114식민지 권투선수 서정권, 세상을 놀라게 하다를 방영하고 서정권은 두 주먹으로 세계에 우뚝 선 한국 스포츠의 위대한 역사였다라고 소개했다. - 편집자 주

4월 24일 서정권 선수의 장남 완석 씨와 삼남 두석 씨가 고향 순천을 찾았다. 장남 완석 씨는 80대로서 미국에서 살고 있는데 아버님의 묘소와 제각을 둘러보기 위해 일부러 왔다고 했다. 3남 두석 씨는 미국 생활을 접고 몇 년 전에 귀국하여 서울에 살면서 수시로 선산을 관리하고 있다. 부친 서정권 묘소에서 두 아들은 부친과 집안 이야기를 술술 풀었다. 증조부인 서상모와 조부인 서병규는 자산가로서 지역에 기부를 많이 했다고 했다.

“장천동 웹툰 센터 자리에 있었던 집 사랑채에는 언제나 손님들이 많았어요. 여순사건이나 6·25 때에도 양쪽으로부터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고 합니다.”

선친인 일제하 복서 영웅 서정권의 묘소를 찾은 두 아들

일본에서 활약하다가 미국에 건너간 부친 서정권은 미국에서 대활약했지만, 몸을 망쳐버릴까 걱정이 되었던 조부의 강권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돌아오면서 자동차를 배에 실어 왔고, 상금으로 받은 돈을 부친에게 드려 별채이자 제각을 지었다고 한다. 조부 별세 후에 장천동 집도 헐리고, 제각에 와서 살던 종손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방치되고 있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다고 했다.

“남승룡 선수와 함께 부친은 순천의 자랑입니다. 더 이상 허물어지지 않도록 시가 나서서 보존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중에서는 기부하려고 합니다. 주변을 싸고 있는 대숲도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꼭 10년 전인 2012년 미주 중앙일보에는 두 형제의 가운데인 서해석 씨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 기사에 나온 서정권 선수의 전적은 3년간 43전 38승이라 했다. 막내인 서두석 씨는 서대문 운동장 기념관에는 부친 서정권의 업적을 영상으로까지 소개하고 있다면서 고향에서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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