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가쁘다. 숨 돌릴 틈이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선택의 연속이다. 요즘에는 여론 조사에 응할지 말지, 이 후보인지 저 후보인지까지 더해진다.

순천지역 현대사에서 최고의 선택은 순천만 습지를 개발할 것인가 보존할 것인가였다. 순천 시민의 자랑인 순천만 습지가 있었기에 두루미가 날아오고, 생태수도라는 말이 생겼으며, 순천만 국가정원도 존재 의미가 있다.

이 바쁜 선거철에 어찌 한가하게 옛날얘기를 들먹이냐는 핀잔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순천의 상징, 순천만이 썩고 있단다. 대대마을에서 수십 년째 살고 있는 서근석 선장이 증언했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설마 동천에서 수달이 살고 순천만 갯벌에서 짱뚱어가 사는데? 순천만에 흘러드는 하수를 정화하기 위해 맑은물관리센터가 쉬지 않고 운영 중인데?

전화를 돌렸다. 순천만으로 유입되는 수질이 과연 깨끗한지 알고 싶었다. 순천만보전과에서는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 이사천 해룡천 등 유입 하천은 관리하지 않고, 순천만 습지만을 관리한단다. 시청 이곳저곳에 문의해도 명확한 답이 없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면서 인터넷으로 수질 측정 결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찾아봤다. 오호... 맞았다. 순천의 동천 이사천 등은 정말 깨끗했다. 하지만 동천 하구에서 측정되는 수질은 나쁨을 가리키고 있었다. 보고도 이해할 수 없었다. 순천만자연생태연구소가 순천만보전과 산하에 있다. 물어보니 그곳은 조례에 나온 1항 기능인 순천만 자연생태 조사 및 연구개발을 하는 곳이 아니었다. 순천만의 복원사업을 위한 예산 확보용 사무를 담당하는 곳이었다.

지난해 장산지구 갯벌 복원사업을 하고 사후모니터링한 용역보고서를 입수했다. 찾아보니 보고서에도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일년내내 순천만으로 유입되는 수질의 상태는 나쁨에서 매우 나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서 선장은 이런 수치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순천만을 끼고 늘상 붙어 살아보니 그냥 아는 것이다. 순천만이 어떤 게 변하고 어찌 변해가는지를.

한곳에 붙어사는 사람은 그곳을 저절로 안다. 순천에 필요한 게 명품 아파트나 큰 공장이 아니라 순천만 아닐까? 순천만에 사는 짱뚱어와 두루미와 사람들 아닐까? 순천을 살피고 같이 부대끼며 깊이 탐구하는 연구자가 아닐까? 그러고 보니 순천지역의 자연 사회 경제 문화 등을 탐구하는 연구소가 있으면 좋겠다. 순천에 붙어 순천을 알아내야 후보들이 얘기하는 순천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열리지 않을까.

이정우 편집국장
이정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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