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고향이 순천이라고 말을 못해. 동네에 살면서 도대체 뭐하냐?” 서울에서 살고 있는 지인들이 전화를 해서 물어온다.

“......”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아이고 답답해, 세상 말세야. 말세.” 짜증 섞인 지인들의 말투에서 그들의 불만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냥 답답해졌다.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듣기만 했다. 쇼였으면 좋겠다. 차라리 순천을 알리기 위해 학생들이 노이즈마케팅처럼 장난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싶다.

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순천은 여수위에 있는 작은 도시 아니면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순천은 다양한 형태로 알려지고 있다. 순천역사 700년 이래 최대의 행사라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때문에 이름을 알리기도 하지만 불행하게도 순천에 있는 모 고등학교 학생들의 문제동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급기야 전국방송에까지 나오자 순천이라는 도시가 알려지기도 했다.

듣기로 그 문제의 동영상이 확산된 이후 그 학생들은 전학을 권고 받았으나 짧은 시간에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퇴학처리했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서울 지인이 나에게 짜증낼 때보다 훨씬 더 화가 났다.


아이는 부모에게 반말 부모는 아이에게 존댓말

그 학생들은 틀림없이 큰 잘못을 했다. 그 일 자체에 대해 변명을 해주거나 위로를 해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아니 학교의 문제를 모두 알면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덮어두고 그들에게 십자가를 메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빠 어디가?” “우리 아이 선물 사러 가요” 모 유통회사 광고 내용이다. 아이는 부모에게 반말하고 부모는 아이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 현실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 속에서도 아이들이 충동행동을 무분별하게 하고 있을 때 부모들도 선생들도 사회 어른들도 우리 아이들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완전히 끌려가고 있다.

핸드폰이 얼마나 좋지 않는지 그것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알면서도 초·중·고등학생 대부분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

틈만 나면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그 중에 많은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는 것은 사회 부조리를 포함해 유해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문화의 상징 같은 스마트폰의 수만큼이나 불안한 사회문제의 수가 많아진다는 것을 우리들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안한 사회 속에서 장난 같은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말았다.


내 아이는 운이 좋아 걸리지 않았다

상대를 욕하고 무시하고 깔보고 배려심이 없는 사회문화, 나만 걸리지 않으면 되고 상대불행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회문화, 상대를 향해 쉽게 뺏은 말 한마디가 뼈아픈 상처로 돌아오지만 맞으면 좋고 틀리면 그만인 사회, 나쁜 행동의 본질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대중이 알면 무겁게 처리하고 모르고 넘어가면 쉬쉬해버리는 안타까운 세상, 내 가족만 아니면 남이야 죽든 말든 내 지갑만 쳐다보는 세상. 우리는 그런 세상에서 서로 마음을 들키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분별력 없는 우리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매체를 통해 보고 들을 것을 무개념으로 따라했다. 단지 내 아이는 운이 좋아 걸리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따라했던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구렁텅이 속으로 이 사회가 똘똘 뭉쳐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보내버린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장현필/문화예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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