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했다. 86%의 절대적 지지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전남인 대부분은 허탈해한다. 성공의 이유는 단순하지만 실패의 이유는 다양하다. 성공하면 모두가 즐거우니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없지만 실패하면 다른 곳에 화살을 돌려야 하니 이유가 넘친다.

이번에 민주당은 왜 대선에 졌는가? 그 이유는 명료하다. 굳이 조국의 내로남불이나 부동산문제가 아니더라도 민주당도 국힘당 못지않은 적폐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적폐이기 때문이다. 80년대 민정당 시절엔 민주화나 서민을 위한 나름의 역할로 개혁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지금 민주당에 있는 국회의원이나 기초·광역 자치단체장, 시군구 의원 등 정치인 중 개혁인사나 민주인사로 보이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가? 이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미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도덕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서로 좋은 게 좋다 식으로 이런 자격도 없고 국민들이 싫어하는 사람들을 공천하는 게 민주당이면서 왜 민주당을 좋아하지 않느냐고 투덜댈 수 있는가? 이런 정당이 적폐가 아니란 말인가?

민주당은 착각하는 게 있다. 호남인 대부분이 5·18과 차떼기, 인권유린 등의 국힘당의 과거가 너무도 싫어서,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할 수 없이 민주당을 찍은 것을 마치 민주당이 좋아서 찍는 줄 아는 것이다. 그러니 민주화 시대를 겪은 40~50대는 민주당을 찍어도 민주화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20~30대는 국힘당을 찍는 것이다. 20~30대의 눈에는 진짜 적폐는 민주당이다. 오히려 20~30대는 40~50대의 맹목적인 민주당 지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절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호남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민주당엔 아직 기회가 있다. 6.1 지방선거부터 개혁공천을 하는 것이다. 진짜 개혁공천을··· 이유를 불문하고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전과를 제외하고 모든 전과자는 이번 선거부터 모든 선거에서 공천하지 않는 것이다. 재임 중 중도에 타 선거를 나오기 위해 사퇴하여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공천하지 않는 것이다. 타지역에 살다가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 그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타나는 가짜 신기루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는 것이다. 경선 시 시민 의사의 왜곡을 막기 위해 민주당 텃밭인 호남만큼은 당원조직 동원을 최소화하고 시민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경선룰을 변경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가 전과가 있고 민주당 후보가 된 것은 대선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고민과 논란의 지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장기적으로는 선거 때만 되면 출마하는 습관성 출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선거 출마의 횟수를 법률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싫어하는 사람을 계속 선거 때만 보는 것은 고욕이다. 자신은 아쉽고 주위에서 출마를 권유해서 나오지만 선거에 떨어지는 것은 그 사람이 싫다고 시민이 판단을 내린 거니 적당하게 나온 후 선거를 접어야 하는데, 선거 출마는 중독성이 있어서 자신은 절대 못 끊는다. 그래서 법으로 막아서 출마병을 고쳐 주어야 한다.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을 끊기 위해서 외부에서 강제권을 동원하는 것처럼···.

따라서 민주당은 피선거권 제한을 심각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필요시 헌법을 바꾸어서라도··· 지금의 정치판은 맛없는 반찬을 두고 밥 먹으라고 강요하는 형국이다. 언제까지 국민은 이런 맛도 없고 보기도 안 좋은 매번 밥상에 오르는 불량식품을 먹어야 하는가? 배고프니 할 수 없이 먹어야 하고, 안 먹으면 죽는다는 현실에 굴복해야 하는가? 평소 인품을 봐도 정치하면 안 될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돈 있고 이런저런 세를 만들어 정치판에 기웃대는 현실을, 언제까지 국민과 시민은 용납해야 하는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제 최소한 국민이 문제 삼는 후보자의 자질 문제 만큼은 자유롭고 싶다. 누가 되어도 괜찮은 후보자들이 넘쳐나는 선거판에서 투표하고 싶다. 그래서 6.1 선거에서는 이런 불량식품 정치꾼을 골라내는 국민들의 혜안이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치가와 정치꾼의 차이를 이야기해 보자. 영국의 경제학자 콜린 클라크(Colin Grant Clark)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라고 하였고,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조르주 퐁피두(Georges Pompidou)는 “정치가는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이를 말하고, 정치꾼은 자신을 위해 나라를 이용하는 이를 말한다”라고 하였다. 정치가는 내가 아니어도 되지만, 정치꾼은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 참, 웃기다.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 이들이 모인 세상으로 인해 아무것도 안 되는 세상이···.

필자는 꿈꾼다. “혼탁의 욕망을 뛰어넘는, 맑은 영혼의 정치인이 넘치는 세상”이 오기를······.

순천언론협동조합 이사장 변황우
변황우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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