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두 개의 좌절이 닥쳤다. 고 김학수 기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삶에는 생과 사가 함께 있다고, 어쩔 수 없다고 또다시 일깨우는 날벼락이었다. 또 이전과 달리 20대 대통령은 국민 절반의 좌절을 안고 뽑혔다.

역사는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만의 물길을 만들고 흘러가는 무정함이 있다. 곧 '자연은 어질지 않다'는 천지불인의 당연함 속에 희망이 숨겨져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을 되새긴다. 희망이란 현상의 객관적인 분석에서 첫걸음을 내디딘다.

순천시의 대선 투표 결과를 살펴본 김상준 기자의 분석 기사는 현재의 우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현재는 우리가 미래보다 과거에 좀 더 집중하는 중이며, 차츰차츰 지역이나 연고에서 경제적 기반으로 생각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겠지만, 좌절을 딛고 현재를 촘촘히 들여다볼 시간이다.

6.1 지방선거는 우리의 현재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직 본선을 치를 선수들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예선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순천에서 정의당과 진보당은 후보를 세우지 못한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9명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나름 후보들은 열심이지만, 시선은 경선 룰의 선정과 선출 과정이 얼마나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는가에 쏠려있다.

민주당의 대선 실패는 한마디로 민심을 얻지 못한 데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민심을 벗어난 공천을 한다면 결과는 투표율에서부터 드러날 것이다. 과감한 개혁을 부르짖는 중앙당의 외침은 산 넘어 저 멀리 있다. 전남도당과 순천지역위원회가 차단막으로 작용할지 증폭기로 작용할지 두고 볼 일이다.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또는 민심을 안다는 표방을 위해 후보들은 늘상 시장을 찾는다. 시장은 먹방을 위한 장소가 아니고 지겹도록 살아 파닥거리는 삶의 현장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꾸역꾸역 이 현장을 지키는 사장님들이 있다. 이들에게 코로나19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이민혜 기자가 다녀왔다.

학자의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이 있듯, 기자의 글은 흔히 발로 쓴다고 한다. 현장을 중심에 두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대부분인 기자에게는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의 언론 상황에선 그렇지 않다.

한국 언론은 위기다. 세계 언론의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20% 조금 넘어 항상 꼴찌다. 기자들 스스로의 평가도 언론 신뢰도, 정확성, 공정성 등 모든 항목에서 20%를 넘지 못한다. 저널리즘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다.

순천에서도 시민의 언론 신뢰도는 비슷하리라 짐작한다. 정확한 보도, 공정한 보도를 통해 신뢰받는 순천광장신문이 되도록 힘쓰겠다. 시민을 믿고 시민과 눈을 마주치며 뚜벅뚜벅 걸어가자 다짐한다. 역사가 증명하듯 비난은 사람을 바꿀 수 없지만, 비판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정우 편집국장
이정우 편집국장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