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우리에게 자식을 준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느껴봐라.”

몇 년 전에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SKY 캐슬>의 대사이다. 그 당시 드라마를 본 지인이 열을 내가며 세상에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식 이외에 더 있다는 것이다. 그 지인은 단호하게 “배우자”라고 했다. 함께 살아왔음에도 이해 불가이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선, 지선 선거철이어서 모였다 하면 선거 이야기이다. 각양각색의 관전평이지만 공통점은 이번 대선은 이해 불가하다는 것이다. 0선의 정치인들이 유력 후보가 되고, 수준 미달의 후보(상품)를 내놓고 구매해달라는 것을 보면 정당민주주의가 유효한 것인지 회의감에 뽑을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후보보다 배우자가 더 주목받는 선거이다 보니 정책도, 시대 정신도 잘 드러나지 않는 선거라는 것이다. 어찌 됐든 세상사 뜻대로 안 되는 것에 ‘자식, 배우자’에 이어 ‘선거’를 덧붙이고 싶다. 참, 민심이 알다가도 모르겠다.

말 많은 선거철에 장삼이사의 관전평 하나를 덧붙여 보면, 이번 대선에 이해 불가의 수만 가지 이유 중 하나는 단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20대 청춘’의 보수화 경향이다. 진보로 분류되는 이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20대 청춘’을 두고 진보 성향의 기성세대는 그들이 ‘독재를 겪어보지 않아서, 또는 뭘 몰라서, 또는 자기만 아는 이기적이어서 그런다’고 한다. 80년대를 살았던 20대의 대다수는 데모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이다. 그때 보수 성향의 기성세대는 당시 20대를 두고 ‘6·25를 안 겪어봐서, 가난을 몰라서 그런다’고 민주화를 외쳤던 그들을 폄훼했다.

역사적 데자뷔를 보는 느낌이다. 지금의 20대는 기성세대의 인과응보일 수 있다. 앞서 거론한 드라마 <SKY 캐슬>에서 보듯이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부모의 욕망으로 교육을 받아온 세대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선의 삶이었을 것이다. 그들을 배제, 폄훼할 것이 아니라 귀를 기울여 포용, 동행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대한민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굳이 말 많은 선거판에 ‘20대 청춘’을 거론한 이유는 오랜 시간 그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 그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 자기 성찰이다.

이해 불가의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투표일이 되면 현재 삶과 미래 세대를 위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는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선거가 끝나는 날, 여론에 가려진 민심의 알맹이가 제대로 드러나길 희망해본다.

최성문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 연구원 《시선 10·19》 편집위원장
최성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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