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황우
순천제일대학교 평생교육원장/공학박사
불교에서 수행의 정도에 따라 갖추게 되는 다섯 가지 눈을 오안(五眼)이라고 한다. 가려져 있는 것은 보지 못하는 육안(肉眼), 겉모습만 보고 그 본성은 보지 못하는 천안(天眼), 현상의 이치는 보지만 중생을 구제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혜안(慧眼), 그리고 법안(法眼), 불안(佛眼) 등이 있다. 그중 혜안은 사물을 밝게 보는 슬기로운 눈이라는 의미와 모든 집착과 차별을 떠나 진리를 밝히는 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혜안은 누구나 갖고픈 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순천시장과 국회의원의 잇단 사퇴와 낙마로 유달리 선거를 많이 치루는 순천. 오는 7월 30일에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권의 실세라 불리는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통합진보당, 그리고 무소속 후보까지 가세하여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구조이다. 그야말로 정치의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잔치판이다. 또 선거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주민의 머슴이 되어 지역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사람이 넘쳐나게 만드는 건설적인 모티브(motive)를 주는 이벤트이다. 다만 그런 봉사와 머슴의 다짐이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없어지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정치가로 포장한 후보의 면면을 살펴 정치가와 정치꾼을 구별하는 혜안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를 가장 좋은 직업으로 생각하고, 봉사에 충실한 사람을 정치꾼과 구별하여 정치가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를 하는 모든 사람을 정치가로 통칭하지만, 영어에서는 정치가를 ‘Statesman’ 라고 하고, 정치꾼을 ‘Politician’이라고 구분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콜린 클라크(Colin Grant Clark)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정의한 바 있다.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조르주 퐁피두(Georges Pompidou)는 “정치가는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이를 말하고, 정치꾼은 자신을 위해 나라를 이용하는 이를 말한다.”고 정의하였다.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정치가가 많을수록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이 된다. 그러나 자신과 당파의 이익에 집착하여 당파끼리 패거리를 지어 정권욕에만 불타는 사람이 많으면 세상은 더욱 혼탁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정치판을 보면 임기 내내 정권욕에 사로잡힌 사람들만 판을 치는 것처럼 보인다. 국가의 미래와 국민을 위한 봉사는 뒷전이고, 임기 내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계산된 정치적 행보로 권력다툼을 하는데 온통 시간을 보내는 정치꾼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순천의 정치 현실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이 정치꾼인줄 모르는 가짜 정치가가 판을 치고 있다.

정치가는 봉사와 자기희생의 신념이 뚜렷한 사람이다. 진정한 정치가는 말이 바르고 논리가 정연하다. 그럴듯하게 꾸며대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로 유권자의 표를 구걸하는 정치꾼과는 구별된다. 나는 선거를 통해 머슴도 아니고, 봉사자도 아닌 제대로 된 정치가가 선출되기를 바란다. 이번 보궐선거가 정치가와 정치꾼을 분별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사사로운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빠짐없이 투표해야 하는 이유이다.

모든 초점은 역사 앞에서 국민을 위한 것에 맞추어져야 한다. 선거는 한 나라, 한 지역의 대표자를 뽑는 축제의 장이다. 또한 그 축제가 본연의 의미에 맞게 흥을 돋우기 위해서는 서로 물고 뜯는 싸움보다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공정하게 심판을 받는 경연장이 되어야 한다.

감언이설로 사람은 속일 수 있으나 자신이 살아온 역사는 바꿀 수 없다. 이제 정치판을 바꾸어야 한다. 조직과 돈, 힘 있는 사람만 등용되는 후진적 정치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문제 있는 사람을 걸러내지 못하는 불신의 공천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정치혁신은 무엇보다 우리 시민, 유권자가 정치가와 정치꾼을 구별할 수 있는 육안과 천안을 넘는 혜안을 갖추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순천시민의 혜안으로 정치꾼이 걸러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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