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자리

남쪽 고향 찾아

큰 뜻 품어

터 잡으신 곳.

 

님의

깊은 유지(遺旨)

봄 매화 향과

대숲에 이는 바람,

재잘거리는 새소리로 울려 퍼지며

새로이 숨결을 피워내는 곳.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향기 그윽한 꽃을 피우는

 

이곳

향남원(鄕南院).

 

탯자리가 그리워 두루 요직을 거치시고, 인재와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큰 뜻 품고 터를 잡으신 향남원!

 

향남원은 100년 된 고택을 본채로 앉히고, 소나무와 대나무 숲에 풍광 멋진 정자를 짓고, 이 고장을 대표하는 매화나무를 여럿 심어 운치를 더한 솟을대문 한옥집(서면 운평길80)이다.

처음 지으시고, 봄가을 한 차례씩 문화공연을 준비해 마을사람들과 함께 즐기셨던 그분의 뜻처럼 10여 년의 역사 속에 이 지역의 문화명소로 조금씩 자리잡고 있다. 이곳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는 정원에서 펼쳐지는 가을 전시회가 있다.

2019년! 한국화, 사진, 서양화, 시화, 꽃그림에 캘리그라피까지 11명의 아마츄어와 프로작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평소 갈고닦은 다양한 재능을 담아 향남원의 숨결을 살려내는 1회 전시를 꾸렸다. 평범한 일반인들이 평생교육으로 익힌 자신만의 소박한 재능들을 자연과 어우러지게 전시하고, 지인들을 초대해 가야금병창, 해금, 시낭송, 한국무용, 동화구연 등 작은 문화공연까지 곁들이며 동네 분들까지 함께 즐겨 의미가 컸다. 

2021년 제2회 전시회는 코로나 속에서도 서각과 꽃그림 동아리 회원들이 펼치는 콜라보 전시에 플리마켓까지 함께 진행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햇살좋은 가을날에 꾸준히 준비해온 작품들을 고풍스런 한옥의 정취와 더불어 마련한 전시회는 찾아오는 발걸음에 자신도 생활예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느끼는 설레는 자리가 되었다.

가까운 내 고장에 숨은 명소가 있어 자연의 멋을 즐기며 삶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향남원!! 순천시 문인협회와 문학동아리 회원들이 『무진기행』으로 유명한 순천이 낳은 김승옥 원로작가님을 모시고, 함께 문학 이야기를 배우고 나누며 시심(詩心)을 깨우기도 했다. 또 명물 대숲 속 정자에서 사방 문짝을 걷어 올리고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며, 이슬비 촉촉한 우중(雨中)에 자작시부터 유명 시까지를 자기 색깔대로 낭송하고, 고수의 장단에 맞춰 속 시원하게 뽑아내는 흥타령에 빠져 마음껏 풍류를 즐겼다.

이곳의 꿈은 꽃피는 봄에는 음악회를, 햇살좋은 가을에는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인데, 감사하게도 어느 날 국악과 서양음악의 앙상블을 협연하는 젊은 음악인들이 한옥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영상을 제작하겠다고 찾아와 꿈이 현실화 되는 일이 있었다. “판소리하는 슈베르트” 라는 제목의 연주회에 코로나 탓에 사람이 아닌 오롯이 자연이 관객이 된 멋스러운 연주회 풍경이 연출되었다. 마침 텃밭에 김매러 오신 시내 거주하시는 분이 ‘귀호강을 제대로 하며 일을 했다‘ 며 이 좋은 풍경을 여러 사람들이 함께 둘러앉아 감상할 날을 바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향남원의 인정을 품은 대숲 속 녹차밭과 텃밭 소개를 빼놓을 수가 없다. 서툰 지킴이 부부의 텃밭농사지만, 철따라 제철 채소들을 오밀조밀 풍성하게 가꾸어드나드는 손님들에게 싱싱함을 나누는 기쁨과 대숲에서 나는 수제 죽로발효차를 함께 나누는 차담(茶啖)이 소소한 행복 중의 행복이다.

향남원은 이렇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향기를 피워내며 지인들의 모임이나 옛 한옥을 체험하는 숙박, 함께하는 문화행사인 음악회와 전시회로 오가는 사람들이 수시로 문턱을 넘나드는 생활문화 공간으로서 마음을 나누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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