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들이 자주 하는 푸념이 있다. 시장이 밀어붙이면 결국 손들어 줄수 밖에 없다고. 순천시에 신대지구 개발사업부터 최근의 순천만가든마켓 까지 행정과 힘겨루기에 의회가 무릎을 꿇은 사안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또 사안별로 이해가 충돌하면 의회 탓으로만 돌리는 여론이 야속하다고 의원들은 무력한 항변을 하기도 한다.

비단 순천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행정과 의회 간의 힘의 불균형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2년간의 지방자치의 현실이자 지방분권의 현주소다.

행정을 견제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가 역량을 갖추는 것은 지방자치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토대를 다지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역량을 키우는 첫 단추인 시의원의 수준도 문제다. 기초의원까지 정당이 개입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휘두르는 현실 또한 지방의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행정을 견제할 수 있는 실무 능력이 준비된 시의원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재선 삼선 의원조차도 현안 파악능력이나 정책비판에 날이 무딘 칼날로 헛손질하기가 일쑤다. 초선의원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의원 놀이에서 의원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시민들은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시민들의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방의회의 실무 능력과 정무적 능력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정이 정무적 판단과 함께 정책적 판단을 하며, 지자체 살림을 좌지우지하면서 관료적인 퇴행과 폭주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현안을 두고 주민과 시민단체와 행정과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면 여기서 개인의 자질과 공천 구조를 내려놓고 단순히 시의원의 노동 현황을 살펴보자.국회의원은 10여 명 내의 보좌관을 두고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실무와 정무적인 정책 능력을 갖추고 있는 4급이나 5급 보좌관들이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에 시의원은 혼자서 지역구 현안을 파악하고, 정책을 개발하고 시정 질문을 통해 집행부 감시 견제라는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순천시의 경우 산술적으로 단순하게 보더라도 24명의 의원이 1440여 명의 행정공무원의 업무를 감시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니 지방의원은 국회의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 조건이 열악한 셈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인력제도 개정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행정직 공무원이 순환보직으로 의회사무국을 채웠으니 사실 의원들은 견제해야 할 행정공무원에 둘러싸여 있었던 셈이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의회 의장이 임명하고 의회에서만 근무하는 인력이 생기면 의회가 집행부의 눈치를 살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아직은 의원 1명 당 0.5명으로 지원 인력의 숫자가 제한되어 있어서 실효성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서은하 이사
서은하 이사

구체적으로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두고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행안부 지침에 따라 행정을 잘 알고 있는 기존의 행정공무원에서 선발할 수도 있겠지만 지역의 청년들이나 거버넌스를 통해 그동안 자치역량을 키워 온 지역 활동가들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자 대의민주주의 기본정신이다. 의회가 시민의 뜻을 우선에 두고 제대로 된 시민의 몫을 할 수 있도록 모처럼 마련된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가 지렛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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