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20일 '여순사건10·19특별법'이 공포되었고, 12월 13일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령(안)”의 입법예고가 끝났다. 입법예고 기간이 종료되기 10일 전에야 순천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후속조치 관련 공청회’가 한번 열렸다. 10·19사건 특별법이 2022년 1월 21일에 시행되기 때문에 시행령의 제정은 무척이나 급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시행령에서는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과 간사 및 사무직원에 관한 사항, 진상규명을 위한 신고와 관련하여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과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의 범위 및 진상규명을 위한 신고의 절차 및 방법, 희생자·유족의 신고 및 심의·결정에 관한 사항,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의 설치 및 운영, 의료지원금 및 생활지원금에 관한 사항, 재심의의 신청 및 결정 등에 필요한 사항, 과태료의 부과기준 등이 담겨 있다. 무척이나 많은 내용이다.

모두 필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은 많은 비판을 받는다. 공청회 후에 전라남도가 23건의 수정 의견을 행안부에 전달했지만, 4건만 수용되었다고도 한다. 시행령에 대한 비판은 시행령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행령은 법이 위임한 것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시행령의 문제는 우선 법의 문제이다. 진상규명 후 절차 진행의 문제, 희료지원금·생활지원금의 문제, 10·19사건의 축소, 자료수집에 대한 소극적 자세, 실효성이 부족한 동행명령, 고려되지 않은 재심과 배보상의 문제, 실무위원회의 중립 문제, 사라진 재단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령 제정은 본질적인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시행령 시행일에 맞추어서 전남도는 실무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실무위원회 산하에는 조사 인력 50여명(기간제 근로자)이 채용된다. 이미 배가 떠났기 때문에 이제 운항할 수밖에 없다는 논의로 진행되고 있는 시행령 제정과 위원회 결성 및 인력 충원은 묻지 마 밀어 붙이기 사업과 다를 바가 없다. 10·19사건법의 목적인 진실규명과 명예훼손은 보이지 않는다.

배 자체가 나룻배인지 쇄빙선인지도 아직 모른 상태에서 항해를 생각할 수는 없다. 진상규명과 명예훼손을 위해서는 진실을 가로막는 빙하를 깨면서 나아가야 한다. 나룻배로는 불가능하다. 여전히 특별법 자체의 문제 제기가 필요한 이유이다.

입법 과정에서 밝혀졌지만, 이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과정이었다. 반대 논리도 분명히 존재하며, 무의식적인 거부도 너무나 많다. 아직도 이데올로기적인 공격이 난무하다. 어정쩡한 타협의 산물인 특별법은 그래서 내용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공격과 거부의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 어정쩡한 내용이 시행령에도 그대로 들어왔다.

이 시행령대로 위원회가 업무를 시작한다면, 10·19사건을 기계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행안부가 위원회 조사심의기구의 주요 과장을 경찰과 군대의 파견 공무원으로 위촉한다면, 결국 10·19 사건의 진상규명은 경찰과 군대의 입장에 따라서 선회할 수 있다. 경찰과 군대의 입장이 반영되고, 중립을 내세워서 임명된 위원들의 중립을 표방한 진실 의무 해태(나치 치하에서 중립을 표방하면서 나치 정권의 교육을 무비판적으로 행한 교사들은 중립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는 결국 기계적으로 그 사안이 폭력이었냐 아니었느냐라는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 국가폭력은 중단되지 않고 계속 진행하게 된다.

우리 시민들은 이 점에서 다시 한번 연대와 단결의 의지를 살려야 한다. 지속적인 감시와 요구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타고 있는 이 배가 나룻배인지 쇄빙선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묻지 마 사업에 끌려다니면서, 어떤 배인지도 모르고 탔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가 있다.

최관호 순천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법학전공 교수
최관호 순천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법학전공 교수

연대와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면 결국 여론을 만들 수 있는 자의 의지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여론 형성 기관을 소유하지 못한 수많은 희생자와 피해자 및 유족으로 구성된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연대와 공동체 의식이다. 국가범죄의 가해자들과 그 공범자들은, 그들의 범죄행위와 희생자들의 피해를 이 사회가 잊기를 바란다. 우리는 눈을 부라리고 계속 복기해서 망각하지 않아야 한다. 혼자서는 힘들다. 서로 손을 잡고 버텨야 한다. 아직은 그럴 때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