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가 출자한 농업법인의 대표이사가 시의원에게 보낸 문자가 파문을 일으켰다. 어투는 정중했으나, 내용은 한마디로 ‘협박’이었다.

순천시가 3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지은 순천만가든마켓을 운영하기 위해 ‘순천만가든마켓 민간위탁 동의안’ 통과가 필요했다. 그런데 아무리 시의회 통과가 다급하다고 해도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 의원에게 ‘통과시키지 않으면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말을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민주주의란, 늘 시끄러운 것’이란 말도 있다.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격식은 갖춰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시의회에도 있다. 본회의를 앞두고 의원간담회를 여는 게 통상적이다. 그런데 간담회가 끝나고 본회의가 열려야할 시간에 시의원들은 또다른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 21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다시 오후 4시로 본회의를 연기했다. 본회의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이런 시의회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흔히 재계가 노동계를 향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들먹이는 것처럼 시의원들에게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다음날 차수가 바뀌었어도 본회의는 계속 연기됐다. 오후 4시가 돼서야 목빼고 기다리던 본회의가 시작됐다. 그런데 결과는 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출자기관이 시의원을 ‘협박’했는데도 시의원들의 대응은 남달랐다. ‘순천만가든마켓 민간위탁 동의안’ 표결에 대다수 시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나머지도 반대표를 던지지 못하고 겨우 ‘기권표’를 던지고 말았다. 표결에 앞서 또다른 시의원은 발언권을 얻어 시 집행부를 맹렬히 질타했지만, 결국 “기권하겠다”는 말로 의사를 대신했다.

이제 시 집행부는 활짝 웃었다.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안에 순천만가든마켓의 수탁자로 선정된 순천만가든마켓(주)와 관리·운영 협약을 체결하고, 직원채용을 시작으로 2022년 1월중 개소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집행부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하더니, 결국 시에 백기투항한 셈이다. 그래서 ‘웃픈’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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