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우리의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공직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에게 공언한 농업에 대한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에 취임하고는 100대 국정과제 중에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5년 임기 중 몇 달 남지 않은 지금 대한민국에 농업·농촌·농민은 그림자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요소수 사태로 국가가 휘청일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우리나라가 기술력이 없어서 요소수 파동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값싼 수입산에 의존하다가 보니까 국제적 수급 불안정이 국내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힌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심각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기후위기로 식량 생산이 불안정하고 코로나 사태로 인한 농산물 수출국들의 수출금지가 본격화된다면 식량자급율이 21%밖에 안 되는 대한민국은 선진국은커녕 식량을 구걸하는 미개한 나라로 전락하고 천만금을 주고도 식량 확보를 못해 사회적 대혼란으로 정상적인 국가를 유지하기도 버거울 것입니다.

이것은 과장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요소수 파동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여기에 한술 더 떠서 탄소 배출 40% 감축을 국제적으로 약속하면서 대규모 간척지와 우량농지에 태양광 설치를 허용하는 등 탄소 감축에 역행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보다 더한 삽질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현대제철, 포항제철, 대규모 공단, 대도시 초고층 빌딩 등 건물과 지붕, 주차장에 우선 태양광을 설치하는 게 상식적입니다. 논은 국민의 식량창고이며, 푸른 벼가 산소를 생산하고 탄소를 흡수합니다. 논둑에 가둔 물은 대기온도를 낮춰주는 등 무한한 공익적 가치를 생산합니다.

그런데 논을 밀어 버리고 대규모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은 짓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농민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동안 수출주도형 공업화 정책으로 농산물을 희생해서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를 수출하여 외국에서 값싼 농산물을 수입해오는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으로 재벌, 대기업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정반대로 농업·농촌은 황폐해졌습니다.

태풍, 장마 등 이상기후로 농산물 생산량이 부족하여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농산물을 수입 개방하여 똥값을 만들어 버립니다. 또 어쩌다 풍년이 들어 생산량이 많아져 가격이 폭락하면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농정으로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늘어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1990년 1,200만 명이던 농민 수가 지금은 겨우 220만 명으로 줄었으며, 그나마 농민의 80%가 75세 이상으로 초고령화되었습니다.

국민의 식량안보를 지켜주고 탄소중립을 이룰 최후 보루인 농업·농촌·농민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라를 지키는 군대를 국가가 직접 운용하듯 이제 국가가 농업·농촌·농민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윤일권 순천시농민회장
윤일권 순천시농민회장

헌법으로 노동3권을 보장하듯 국민들의 주식인 농산물만큼은 국가가 책임지고 가격을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여 모든 농민에게 농민 공익수당을 월 150만 원을 지급하여 농업·농촌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공직자 개념을 도입해야 합니다.

어머님의 사랑이 돈으로 환산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듯이, 농업·농촌·농민의 무한한 공익적 가치를 이제 국가와 국민이 인정하고 지켜주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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