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주에서 춘천으로 그리고 강릉을 거쳐 정선군 고한까지….

순천 지속가능협의회에서 강원도로 공부 나들이를 다녀왔다. 11월 19일에 출발해 2박 3일의 일정을 끝내면서 다들 숙제를 한아름 받은 심정이었다. 우리가 만난 공간과 사람들 이야기를 우리 동네에서 할 수 있을까? 따뜻한 문화 충격이 채 식기 전에 마음 맞는 사람들을 모아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 

그 거리에, 그 동네만큼 우리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여정 내내 떠나지 않았다. 도시재생의 경험과 순천만과 문화적인 상상력들 말이다.

#2  원주, 나는 시민 활동의 생태계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제현수 사무국장 ⓒ순천광장신문
제현수 사무국장 ⓒ순천광장신문

제현수 사무국장은 20년간 원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속협)를 지켜왔다. 원주 지속협은 원주지역의 공공기관 기업 민관단체 등 133개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조직이다. 지속협은 2009년에 원주시에 기후위기 대응을 주제로 3가지 사업을 제안해 일찍이 원주에 기후위기대응센터가 들어서게 했다.

“10여 년이 걸렸다. 지금의 지속협이 이룬 독자성은 다 시민과 거버넌스 덕분이다. 물론 원주가 가진 진보적인 역사성도 한몫했다. 지속협이 관리하는 시설 운영과 교육 사업에 10억 원 정도의 예산이 배정된다. 기업이나 교육청, 정부 부처에서 협업 요청도 들어온다. 최근에 강원도 교육청의 요청으로 홍보교육 교재작업을 마쳤다.”

시민의 힘을 키우기 위해 교육 공간과 컨텐츠 그리고 사람이 필요했다. 지속협이 ‘지속가능발전교육’사업을 추진하게 된 이유다. 제 국장은 특히 청소년 포럼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지역이 학교다’를 내걸고 청소년들이 관심 있는 지역 문제를 연구 조사하고 논문을 작성했다. 이 과정에 다양한 분야의 지역 전문가들이 청소년들의 멘토가 되었다.

“지속 가능한 교육 사업은 시민력의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지금의 발전교육의 경험은 우리가 어떤 도시에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낳는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의 기준이 될 것이다”

원주 ESD시민강좌는 환경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로서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삶과 지구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멘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원주 ESD시민강좌는 환경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로서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삶과 지구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멘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3  강릉, 일상이 문화가 됩니다.

‘시나미’는 천천히, 느리게라는 뜻의 강릉 방언이다. 지금은 강릉의 문화브랜드다. 재미있는 문화공간과 기회를 즐기는 슬로라이프가 이 도시에 있다는 것일까?

‘파랑달협동조합’은 명주동 골목 안으로 들어가 일상의 삶을 돌아보는 여행 ‘시나미, 명주나들이’를 기획했다. 영상, 방송작가, 문화 기획자들이 모여서 만든 파랑달은 2019년에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생활 관광 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명주동 마을 감성을 관광 콘텐츠로 개발했다. 복고풍의 의상을 걸치고 골목길에서 만난 할머니 사진사가 찍어주는 포라로이드 사진 한 컷, 그리고 동네 찻집과 밥집을 거치면 골목 여행은 끝난다. 

유명 관광명소가 아니어도 좋다. 따스한 햇볕이 동네 안길까지 동행하는 소소한 여행,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들이다. 순천의 문화의 거리나 옥천동 골목길을 여기에 데려와 보는 상상도 즐겁다.

#4  같이 일하면 재미있다. 강릉, 코워킹 스페이스 ‘파도싸롱’

파도싸롱, 함께 일하는 공유공간이다. 각자 분야에 재주 있는 젊은 친구들이 모여서 창업컨설팅을 한다. 일감이 생기면 네트워크에 올리고 공간 거주자들이 공유한다. 일명 네트워킹 파티다.

싸롱의 주인장 김지우 씨는 강릉살이 2년 차다. 강릉에 사는 창업가들이 자리 잡도록 싸롱을 열고 다양한 강릉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청년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강릉 살자’를 진행 중이다. ‘강릉 살자’는 청년들이 1년간 강릉에 거주하면서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강릉에는 이음, 늘품, 르꼬따쥬, 비사이드 홍제 등 다양한 성격의 공유공간이 많다. 강릉으로 영상, 시각 분야에 청년들이 많이 모여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량리에서 KTX로 1시간 반이면 강릉에 닿는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젊은 친구들이 모여들면서 강릉의 공간과 삶을 문화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5  마을 호텔은 주민 사업의 출발일 뿐이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 마을 골목길에서 정원박람회를 개최(?)했다. 골목에는 민박집이 많다. 인근 강원랜드 카지노를 드나드는 도박꾼들의 숙소다. 최근 카지노 출입이 한 달에 10일로 제한되면서 비어있거나 방치된 민박집이 많다.

95년도에 탄광사업이 막을 내리면서 정선 인구가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광부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저희 아버지도 광부였어요. 폐광되면서 저희는 안산으로 갔죠. 그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저희 아이들과는 저기 산 중턱에 자리한 초등학교 동문이에요.”

마을호텔 18번가 협동조합 김진영 사무국장 이야기다. 강원도에서 빈집은 난감한 숙제였다. 행정이 대안으로 만든 정책이 ‘폐공가 공간지원사업’이다. 김 국장이 공간지원사업을 받아서 골목에 집 단장을 시작한 것이 마을 호텔의 출발이었다.

“거리에 낡은 집을 수리를 하면서 주민들이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재개발사업에 기대를 거는 분들이 많았어요. 쓰레기를 치우고 낡은 문짝을 고치며 골목길 단장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변했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다 보니 생각이 늘어나고 마을 호텔까지 왔어요. 희망은 처음부터 이 거리에 있었어요. 단지 우리가 찾아보지 않았던 거죠.”

고한 마을 김 국장은 짜장면집 사진관 옷가게 민박집 광고업체 등 골목 가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마을 호텔사업을 하는 국내 최초의 공동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빈집을 고쳐 만든 호텔에 주말에는 늘 방이 없다. 정원박람회는 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거리를 단장하려고 시작했었다. 놀이와 체험을 얹어서 소박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성황을 이뤘다.

골목 호텔사업이 마중물이 되어 내년부터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된다. 임대한 호텔을 사들이고 두 번째 호텔을 개장할 수 있게 되었다. 내년에는 골목 끝에 청년지원센터가 문을 연다. 센터 1층에 펍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 국장은 내년에도 일에 치여 살 것 같다고 행복한 푸념을 늘어놓았다. 김진영 국장 파이팅!

덧글: 순천지속협은 오는 12월 6일 공부나들이 결과 보고를 가질 계획이다. 이날 정리된 내용은 내년 사업을 준비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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