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순천 중앙동 시민다리에서 순천여성장애인연대가 여성장애인 안전권 확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지난 13일 순천 중앙동 시민다리에서 순천여성장애인연대가 여성장애인 안전권 확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가정폭력 벗어난 여성장애인 쉴 수 있는 쉼터 하나 없는 현실

지난 13일 순천 중앙동 시민다리에서 여성장애인 안전권 확보 캠페인을 위해 여성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여성장애인 쉼터, 성폭력상담소, 주간보호센터 등 시설의 필요성을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10여 년이 지났다. 장애를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법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장애인이 사회적, 제도적 차별과 마주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 장애인들은 여성과 장애라는 교차성(교집합)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들은 순천여성장애인연대(이하 순천여장연)에 등록된 여성 장애인이다. 이를 계기로 지난 18일 순천여장연을 찾아 박만순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순천지부 순천여장연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순천여장연은 ‘밖으로 나가자, 그래서 우리의 권리를 찾자, 삶의 질을 높이자’는 생각으로 생겼다”면서 순천여장연 설립 배경을 밝혔다. 박 대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바느질로 공예품을 만드는 자조모임 ‘쌈지’로 시작해, 지난 2014년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지부로 승인받아 여성 장애인의 인권신장을 위한 운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순천여장연에는 190여 명의 여성장애인이 등록돼 있으며, 요리교실, 바느질, 공예품 만들기 등 자조모임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순천여장연은 여성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과 시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모성권 확보를 위해 홈 헬퍼(임신‧출산 및 육아양육 도우미 지원 사업)도 시작했다. 또한, 시‧도 지원으로 ‘세상 밖으로’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여성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여성장애인 대부분이 교육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사회생활 경험이 없어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적기 때문이다.

박만순 대표, 여성 장애인 인식 개선해야

여성장애인이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 박 대표는 여성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휠체어를 타고 출근하는 장애인에게 ‘복잡할 때 나와서 방해하지 마라’며 머리를 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SNS에 올린 음식 사진을 보고 ‘후원 받아서 잘 먹는다’고 비꼬는 사람도 있다”면서 “불쌍해 보여야만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 대표는 “장애인도 밖으로 나가 사회에 참여해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양측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장애인 단체 사업비는 매해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과금과 교육 프로그램 사업비로 한 사람의 인건비 일부 약 100만 원을 지원 받는다. 이에 많은 장애인 단체가 후원을 받아 월세나 임대료 등 운영비를 감당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거리로 나가 순천 시민들에게 여성장애인들이 있다는 걸 알려 장애인식 개선에 힘써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 대표는“여성장애인기본법을 제정해 맞춤형 지원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박 대표는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여성장애인이 편히 쉴 쉼터 하나 없다”라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여성장애인 지원을 위한 종합 계획을 수립해 모성권, 건강권, 교육권 등 기본권을 보장해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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