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중심 현장실습’에서 왜 죽어야 합니까?

지난 10월 6일 여수 웅천 요트장에서 여수해양과학고 3학년 故 홍정운 학생이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참담한 일이 일어났다. 2017년 제주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故 이민호 학생의 희생을 계기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현장실습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안전관리 등이 가능한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바뀐 지 불과 4년 만에 다시 현장실습생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교육부가 내건 새로운 대책인 ‘학습중심 현장실습’은 이미 현장 곳곳에서 ‘교육이 아닌 또 다른 저임금 노동’임이 확인되고 있고, 이번 故홍정운 학생의 가슴 아픈 소식은 그 실체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故홍정운 학생은 전공과 연계해서 해양레저업체에 현장실습을 갔으나, 기업현장교사도 없이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잠수 작업 지시를 받았고, 안전조치 의무 불이행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잠수작업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을 고용해서는 안 되며, 수중 작업 시 필수 조건인 2인 1조 작업 수칙 위반, 수면 안전관리관 미배치 등 안전관리 자체가 허술한 조건에서 ‘학습중심 현장실습’이라는 이름하에 예견된 죽음으로 내몰린 것이다.

반복되는 재발방지 대책 요구,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故홍정운 학생의 죽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가능한 현장실습 참여기업을 책임감 있게 선정하지 않는 이상 현장실습생의 산업재해 사고는 다시 되풀이될 것이다. 故홍정운 학생이 현장실습을 나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제대로 된 ‘학습중심 현장실습’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이다.

여전히 현장실습생을 ‘저임금 단기 노동력’으로 생각하는 기업과 실습기업에 대한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관리시스템은 수십 년 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1963년 도입된 이래 파행적으로 운영된 현장실습제도가 하루아침에‘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전환될 수는 없다.

학교는 교육기관이며 현장실습 역시 교육과정 내에서 교육활동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 계획을 세우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장실습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현장실습으로 인한 직업계교 교육과정의 파행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직업계고 교사들은 “학생들이 3학년 2학기 교육을 마치지 못하고 현장실습에 가게 되면 전공 관련 전문지식이 인문계고 졸업생과 차이가 없을 정도”라며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꼬집었다.

‘현장실습 폐지, 직업계고 교육정상화 추진위원회’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직업계고에서 3학년 2학기 11월 말까지는 기업체 취업 관련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 고용노동부에서 인증한 취업 적합 업체에 한해 12월부터 취업 희망 학생들의 취업 활동을 진행한다. 취업이 확정된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한다. 겨울방학 기간에는 학교장의 동의를 얻어 입사 사전 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허락한다.’

현행 1~3개월 산업체로 파견하는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하고, 직업계고 학생들이 전공과 연계한 취업처를 확보하는 것을 교육부-노동부-지자체가 협력시스템을 통해 책임지고, 직업계고 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김현주 우리마을교육연구소 소장
김현주 우리마을교육연구소 소장

지난 10월 20일 현장실습으로 자식을 잃은 현장실습 희생자 가족들이 여수를 찾았다. “미안하다 못난 부모들이라서, 너희들이 사는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지 못해서….”라며 유가족들은 故홍정운 학생의 영정 앞에서 울부짖었다. 그리고 “다시는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현장실습을 폐지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故홍정운 학생의 아버지는 “정운이의 죽음이 하나의 촛불이 되어 수많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은 故홍정운 학생이 마지막이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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