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있으면 안 될까?”

최 원장의 귀국행이 순조롭지 않다. 남편의 작품 구상 때문이다. 백신 접종도 문제 중 하나다. 자국민 우선 접종을 고집하는 나라가 포르투갈만 아니다. 백신 접종을 앞당길 뾰족한 수가 달리 없다. 최 원장은 외국인이어도 의료인인 까닭에 앞순위에 배정되어 2차 접종까지 마쳤다. 남편은 무접종으로 귀국해 2주 자가격리면 될 터이다. 

“한국에서 개원 날짜까지 잡혀 있잖아.”

조카를 시켜 병원 간판도 새로 내걸고, 순천만 부근의 오래된 한옥을 사서 수리도 끝냈다. 

“구상 단곈데, 작업 환경이 바뀌면 안 될 것 같아서.” 

최 원장은 남편과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틈나는 대로 여행했다. 지난해 겨울에는 옛 유고 연방과 체르노빌 방사능 오염 지역 20일 여정을 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최근엔 남편만 쿠바와 멕시코를 다녀왔다. 한국인 디아스포라 현장 답사인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난민 봉쇄와 관련한 취재였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107번째 환자 원격영상 진료를 끝으로 서둘렀으나 환자가 밀리며 연기를 거듭하다 결국 귀국이 1년여 미뤄졌다. 몇몇 지인들과 석별을 나눌 때도 별반 말이 없었다. 3주 뒤면 비행기 탑승인데 남편의 어깃장으로 속이 끓는다. 

“석 달 정도.”

어떤 변수에 의해 또다시 귀국이 미뤄질지 알 수 없다.  

“이제까지 당신의 문학적 행보를 이해하고 받아들였어. 귀국을 앞둔 지금, 이건 아니라고 봐.”

포르투갈 알가베로 온 이후 남편은 일상을 최 원장과 함께했다. 하지만 작품을 쓰는 동안 남편은 서재에 틀어박혔고, 최 원장은 진료 외 시간엔 향수를 달래며 보냈다. 알가베에서 산 6년 동안 남편은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집을 각 1권씩 한국에서 출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지만 백신여권은 백신 접종률 낮은 저소득국가의 손발을 묶는 스탠드스틸이야. 인류문화가 디아스포라에 의해 공유, 발전돼 왔잖아. 앞으로도 그럴 거고. 백신여권으로 이동을 막는 건 고도산업국가가 저지르는 죄악이라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이산과 전쟁, 아프리카인 노예, IT분야 전문가의 실리콘 밸리 등 진출, 저소득국가 민중들의 단기 노역 송출, 국제결혼, 합법 이민과 밀입국, 내전·기아·탄압을 피한 난민과 망명, 체르노빌·후꾸시마 방사능 오염에 따른 강제 이주, 홍수·거대 산불·사막화·해수면 상승 등 기상이변으로 자기 땅에서 유배당하는 호모 미그라티오까지 디아스포라 범주로 포괄한 인류문명의 미래를 장편으로 담아내겠다며 2년에 걸쳐 자료 수집과 현장 취재를 해왔다. 

소설가 한상준. 전북 고창 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해리댁의 망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소설집 『오래된 잉태』 ,『강진만』,『푸른농약사는 푸르다』, 산문집 『다시, 학교를 다자인하다』
소설가 한상준. 전북 고창 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해리댁의 망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소설집 『오래된 잉태』 ,『강진만』,『푸른농약사는 푸르다』, 산문집 『다시, 학교를 다자인하다』

“음성 판정이고 자가격리 2주야. 집필실도 마련했고, 2년이나 취재했으면서 플롯 구상을 꼭 여기서 해야겠어?”

최 원장 뒷받침으로 남편의 거침없는 집필 행보가 가능한 측면이 없지 않다.

“감각이 흐트러지면 안 되는 거, 알잖아.”

“당신, 정말 이럴 수 있어? 내가 바로 디아스포라야, 내가. 1년이나 미뤄진 귀국이라고.”

감정을 억누르며 가슴 다독인다. 최 원장의 노스탤지어는 치유 불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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