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료원. ⓒ순천광장신문
순천의료원. ⓒ순천광장신문

간호사 30명, 1일 3교대로 코로나19 2개 병동 전담

한가위를 앞두고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이 예정됐다가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골자로 한 노정 교섭이 지난달 2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총파업은 면했다. 하지만, 보건의료 현장에서 인력 부족으로 아우성이었다. “화장실은 가면서 일하자” “오줌 좀 싸자”는 적나라한 구호들이 요즘 보건의료 집회 현장 곳곳에 등장했다.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가 몇 명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현장에서는 1명이 20여 명까지 담당하는 현실이라고 하소연한다.

지방의료원인 순천의료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지원도 풍족하지 않은 가운데 인력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알기 위해 지난달 24일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순천의료원지부(노조)를 찾아 김운용 지부장, 박미연 사무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에 따르면, 순천의료원도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이들은 “환자가 많을 때는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고 일한다”고 하면서 “대부분 그냥 참고 일한다”고 했다.

인력이 부족한데 충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인건비 때문이다. 순천의료원의 경우에는 “퇴사 인력만 겨우 충원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전담병원을 맡고 있는 순천의료원에는 현재 코로나19 환자 40여 명이 전담병동에 입원하고 있다. 이전과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현재는 주로 중증 환자 중심으로 입원해 있고, 경증인 경우는 생활치료시설 등으로 보내고 있다.

지난달 24일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순천의료원지부를 찾아 김운용 지부장, 박미연 사무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24일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순천의료원지부를 찾아 김운용 지부장, 박미연 사무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코로나19 전담병동 간호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순천의료원 전체 간호사는 110여 명 정도로 코로나19 전담병동에는 30여 명이 3교대로 1개 병동에 5명이 전담한다. 코로나19 환자 병동을 2개 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환자가 70~80여 명 정도로 많을 때는 인력이 부족해 30명으로는 근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병동에서 어려웠던 일도 여러 가지였다. 특히 한때 요양병원 집단감염으로 고령 환자들이 입원했을 때였다.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자주 들여다 봐야 하는데, 방호복을 입는 데만 20여 분이 소요되고, 환자가 여러 명 몰려와도 한 번 근무에 5명 정도밖에 근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방호복을 입고 2~3시간 환자를 지켜보는 경우가 있는데, “방호복을 입고 고글을 쓰면 시야도 확보되지 않고 숨 쉬기도 힘들다. 3시간 정도 있다가 나오면 힘들다”고 했다.

아침 근무는 할 일이 많아 5명이 근무하고, 오후나 밤 근무는 3명 정도 들어가는데, 이 3명이 환자 40명을 보살폈다. 인력이 부족해도 채워줄 수 없는 현실이란는 것이 노조 설명이다. 박 사무장은 “육아휴직 등 휴직자도 10명 정도 있고, 병동에 응급실, 중환자실, 일반병동, 정신과병동 등 운영하고 있으니 기본적인 인력은 필요해 빼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업무도 다양하다. 본연의 업무인 간호뿐만 아니라 식사도 배분해야 하고 택배도 나눠줘야 했다. 김 지부장은 “택배를 넣어야 하는 경우에는, 생필품만 주문하라고 부탁하는데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에서 먹고 싶은 것이나 배달음식을 시키고,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녹기 전에 넣어주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아울러 “전담병원은 출입을 금하는데 ‘담배를 주지 않으면 뛰쳐나가겠다’고 간호사에게 욕설을 하는 경우, 자식 생일파티를 해야 한다고 파티를 해달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면서 “위험기기나 전자기기는 반입이 안 된다고 사전에 설명했으나 반입하는 사람이 있어 일일이 열어서 확인해야 해서 시간도 더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간호사들이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는 동선이 정해져 있는데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는 환자도 있다”고 간호사 고충을 털어놨다.

힘들어서 그만 두는 경우가 있는지 물었더니 “병동에서 근무하지 않았더라도 코로나19 때문에 퇴사한 간호사가 여럿 있었다”고 하면서 “일반병동도 인력이 적어 업무가 가중돼 힘들어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환자들이 이송돼 왔을 때, 병원에서 숙식을 하면서 환자를 돌봤고, 자식이 있는 간호사는 아이들에게 옮길까봐 2~3개월 동안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던 일도 있었다.

미숙한 파견 간호사와 수당 3배 차이에 분통 터뜨려

그런데 간호사들이 정말 참기 어려웠던 것은 파견간호사와 수당 차이가 컸다는 점이다. 파견 간호사에 이들은 “업무 차이가 있는데 임금 차이가 많아 괴리감이 있었다”고 밝히며 “전담병원하면서 정부에서 수당을 제도화해서 줄 생각은 하지 않은 듯 하다”고 정부에 불만을 털어놨다. 업무에 미숙한 파견 간호사 임금이 코로나19 병동 간호사보다 3배나 많다는 것이 몇몇 언론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에 따르면, 퇴사하고 파견으로 근무한다는 사람도 있다. 현재도 순천의료원에는 인력 부족을 요청해서 파견간호사가 몇 명 파견 나와 있다. 그런데 “파견간호사는 경력에 따라 업무가 다르다. 경력이 없는 사람은 식사를 나눠주고 혈압 재는 업무를 한다”고 하면서 “원하는 업무가 아니라 인력을 충원하는 의미가 크게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간호사들은 내 직장이라고 생각하니까 힘들어도 참고 묵묵히 일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이나 정부에 관해 “노정 합의사항이 추진되어야 지방의료원, 공공병원이 감염병이 확산되었을 때 인원·시설이 확충이 돼야 대응이 가능할 것 같다”라고 말하며 “현실이 이런데도 전라남도의회에서 지방의료원이나 공공병원이 수입 구조만 보고 적자라고 인원을 조정하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현실에 눈높이를 맞춰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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