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택/귀촌하여 텃밭가꾸기에 재미를 느끼며 살고 있다
올 여름 전력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절전이 온 국민의 화두가 될 것 같다. 무더운 여름 날씨가 더욱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냉방기 사용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불량부품사용 등으로 원전 23기중 10기가 가동중단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대책 찾기에 부심하고 있고 조간만 ‘에너지절약 특별대책’ 등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자체에서도 에너지절약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뒤따를 전망이다.

하필 이런 시점에서 순천시는 전혀 엉뚱한 행사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있는 시민들에게 걱정과 실망을 주고 있다. 정원박람회 기간 관람객의 시내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5억원 이상이 드는 ‘2013 순천 빛 축제’행사가 그것이다. 또한 2억 4천만원을 들여 죽도봉과 조례호수공원에 ‘수목경관조명 설치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3억 2천만원이 소요되는 죽도봉 청춘데크길 경관조명을 설치하고 있다.


5억원 이상 드는‘2013 순천만 빛 축제’

박람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기를 바라지만,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순천시는 생태수도를 표방하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작년 11월에는 관련 시민단체와 협의를 통해 ‘에너지전환, 탈핵도시’를 선언하여 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자립 도시로서의 순천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몇 명의 관람객 유입을 위해 거금 10억원을 들여 에너지를 낭비하는 행사 대신, 좀 더 참신하고 순천의 이미지에 맞는 방법은 없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면, 박람회 기간 동안 매달 한두 번에 걸쳐 날짜를 정해 시내 일부거리에 조명등 및 상가의 불을 끄고 ‘달과 별을 보는 밤’ 같은 행사는 어떨까. 옮겨다 심은 나무와 꽃과 잔디의 정원대신 사람이 아닌 우주가 마련한 하늘 정원을 보자는 것이다.

사실 도시인들은 상가와 거리의 조명등으로 이미 오래 전에 캄캄한 밤을 빼앗겨 버렸다. 가까이에 어둡고 신비로운 밤이 있고, 저 멀리 영혼을 부르는 별들이 반짝인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살고 있다. 밤과 고요와 신비와 별을 망각한 우리의 영혼은 외롭고 야위어 삶의 미로에서 방황하고 있지 않는가!


지자체 사업 시민단체와 협의를

이번 행사와 꼭 관련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지자체가 어떤 행사나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 시민으로서 아쉬운 점을 느낀다. 지자체는 행사나 사업의 추진에 있어서 다소 방만하고 졸속한 면이 있다는 뜻이다. 모든 행사는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다. 한편 지자체 대부분의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은 실정이다. 따라서 지자체의 사업추진은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하고 기획단계에서부터 시민단체와 협의하고 토론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보물로 간주되는 순천만의 개발 당시 환경연합 등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개입과 만류가 없었더라면 과연 지금처럼 가치가 보존되고 무가의 보배로 남을 수 있었을까?

자연과 생태를 외면하고 지속가능성을 무시하고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박람회 기간에 순천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빛 축제’를 보게 되면 화려하고 번쩍이는 경관조명에 순간적인 감탄을 발할지 몰라도 생태수도 순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것이다.

이번 순천만정원박람회가 성황리에 잘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전국적인 에너지 절감에 동참하기 위해, 특히 아이들의 미래에 핵없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빛 축제와 경관조명 설치는 취소 내지 축소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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