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향뜰 토지이용계획(안) (제공=순천시)
연향뜰 토지이용계획(안) (제공=순천시)

지난 7월에 열렸던 순천시의회 제253회 임시회에서 이영란 의원은 장대공원 일원을 여순사건 역사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 장대공원 일원은 순천시가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140가구 규모의 임대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려는 곳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장대공원 일원은 여순사건 발발 직후 봉기군과 진압군(경찰) 사이에 처음으로 치열한 접전이 있었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던 곳으로서 지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여순사건특별법의 취지에 따라 역사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순천시 또한 장대공원 안에 여순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동천기억공원을 조성할 계획이 있기에 같은 부지 내에 행복주택을 건립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이곳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자연녹지를 해제해야 하고, 경전선 전철화 이후에는 소음 피해가 커서 주거지로서 적합하지 않은 등 몇 가지 근거를 함께 제시했다.

최근 우리 지역의 아파트 값이 상승일로에 있어 주거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일도 필요하겠고, 해당 부지가 품고 있는 아픈 역사에 걸맞게 역사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주장 역시 경청할 만하다. 그런데 공원 부지의 활용을 둘러싼 주장의 타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이번 논란은 순천시의 주택정책에 대해 커다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2,3년 사이에 시내에 수많은 아파트 단지가 건립되었고, 현재 건축 중인 단지도 열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힘든 형편인데, 이도 모자라 추가로 공동주택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현재 순천시의 공동주택(아파트)은 77,683세대(170개 단지)이며, 건설 중인 아파트는 총 6,569세대(11개 단지), 앞으로 건설 예정인 아파트는 13,722세대(10개 단지)이다. 순천시는 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인구 34만의 자족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에 상응하여 현재 105% 수준인 주택보급률을 선진국 수준인 115%까지 확대할 경우 66,000세대의 주택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허시장은 의회 답변에서 노후화된 공동주택이 많아 재건축이 필요하고, 세대구조 변화와 새집 선호 추세, 산단 추가 건립 등을 감안하면 주택 공급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최근 지역 내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해서는 신규 아파트 청약에 외부 투자 비율이 17.2%라는 자료에서 보듯 투기 수요가 큰 원인임에도 시장은 수도권처럼 공급 부족 때문이라 판단하여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논리의 근거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29일에 있었던 시장 취임 3주년 기자회견은 시정 운영에 관한 시장의 인식과 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다. 임기 3년 동안 대면했던 현안과 행사 유치,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제시한 후 내년 지방선거에서 2기 연임에 대한 의지와 기대를 표명했다. 기자회견문의 내용과 지난 3년간의 시정을 개괄하면서 드는 느낌은 무엇보다도 시정에 일관성을 있게 이끌고 나아갈 목표와 방향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현안을 뒤쫓기 바쁘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당일 밤에 조례호수공원에서 발표한 ‘30만 정원도시 순천’이라는 비전은 호남 3대도시, 전남 도시경쟁력 1위 등의 상으로 제시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된 사업들은 각종 시설을 유치해서 건립하고 박람회와 같은 대규모 이벤트를 펼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소득이 늘고, 물질적으로 풍족하며, 외형이 커지면 좋다는 비전이다. 지금은 거의 사문화되다시피 한 ‘생태수도 순천’이라는 슬로건과 비교해보아도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가치와 철학이 배제된 무미건조한 것이다.

 김계수 편집위원
 김계수 편집위원

갈수록 심화되는 기후위기에 대해 어떤 언급도, 고려도 없는 비전이 용감하여 참으로 두렵다. 순천의 문전옥답인 연향뜰의 절반은 이미 정원으로 개발되었고 남은 농지의 개발사업에도 4분의 1이 넘는 면적을 공동주택이 들어설 수 있는 주거용지로 만들어놓고 있으며, 야흥동 논을 메꿔 만드는 도시첨단산업단지 19만㎡ 부지에 서 3만㎡를 역시 주거용지로 떼어놓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이 식량자급률 23%인 한국은 식량난으로 인한 기후난민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지목하는 상황에서 이래도 되는 것인가. 인류의 절멸이 걱정되는 기후위기 시대에 이에 대한 인식과 실천은 개인과 사회의 교양과 문명 수준을 반영한다. 교양과 문명의 반대는 무지와 야만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