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8일 섬진강 물 폭탄 과다방류로 인한 수해 참사 그날로부터 1년하고도 수일이 지났음에도 배상은커녕 수해 원인조차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수해 직후 '댐관리조사위원회'를 일방적으로 구성하여 근본적인 수해 원인 규명을 외면한 채 댐 관리 매뉴얼의 적정성만을 살피는 댐관리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그해 10월까지 강행하였습니다. 피해 주민의 거듭된 주장과 항의에 따라 지난해 10월 23일에야 '주민참여형 수해 원인 조사협의회'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그 후로도 조사협의회의 운영규칙, 과업지시서를 마련하는데 황금 같은 시간을 다 써버린 뒤 지난해 12월 28일에야 뒤늦은 조사협의회 협약식을 체결하였습니다. 국가(환경부, 국토교통부, 행안부)는 지난해 11년 26일 조사용역을 담당할 용역업체 발주 공고를 내고 그해 12월 7일에 입찰을 마감하여 단독입찰업체이며 환경부 산하 기관이나 마찬가지인 한국수자원학회, 주) 이산, 건설기술연구원 공동구성의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올해 7월 27일(1개월 연장)까지 7개월간의 수해 원인 조사 용역을 수행하였습니다.

용역수행 기간 동안 전문가 교수 및 지역주민 대표의 거듭된 댐 관리 규정 위반과 환경부 및 수자원공사의 홍수기 홍수조절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해의 주요 요인으로 부각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수자원학회(배덕효 회장) 및 용역기관은 시나리오에 의한 학술적 원인 파악과 하천 상황에 치중함으로써 수해의 근본적인 요인 규명을 외면하였습니다.

2021년 8월 3일 발표한 수자원학회와 환경부의 최종보고서 및 향후 조치는 수해의 주요 원인도 책임자도 없는 책임회피용 보고서입니다. 초기 고수위, 예비방류 미시행, 과다방류 등을 수해 주요 요인으로 제시하지 않고 '댐 구조상의 한계, 댐 관리 규정의 미흡, 댐-보 연계 규정 부재, 집중호우 등'으로 책임소재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규정함으로써 배상의 기준을 모호하게 하였습니다.

수해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발표한 정부 보고서는 백화점식 나열만 있을 뿐입니다. 법과 제도 및 규정 위반, 홍수기 댐 운영상의 명백한 과실(전문가 의견서와 녹취록 및 국민의 힘 조사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 하나 인정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으며 '복합적 요인'이란 결론으로 책임소재를 가리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과업지시서상 '수해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힌다'는 기본 원칙에 반하는 피해자를 기만하는 보고서입니다. 수자원학회 배덕효 회장은 올해 4월 20일 오성에서 열린 정기보고회에서 수해 원인을 구체적으로 계량화하여 신속하게 발표하겠다 약속해놓고도 이를 외면한 것입니다.

2020년 수해의 주요 원인은 홍수기에는 홍수조절이 다른 용도에 우선 한다는 댐관리규정 7조 1항을 위반한 점입니다. 홍수통제소장은 시설별 최저 운영 수위까지 저류 공간을 홍수조절에 이용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지시할 수 있음에도 예비방류 등에 필요한 조치(댐-하천 연계규정 제6조 3항)를 전혀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댐 수위를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수위보다 6m 이상 높게 유지하면서 치수보다는 이수에 치중하다가 계획홍수위를 초과하자 과다방류한 물 폭탄의 결과입니다.

'수자원공사는 댐 방류정보에 대한 기준을 준수(방류 3시간 전)하여 관계기관 등에 통보하였으나 댐 하류 주민에게 충분한 대응 시간이 확보되지 못하는 등 하류 지역 홍수 안전을 위한 댐 운영체계의 개선이 요구된다' 하였으나, 지난해 8월 8일 당시, 섬진강댐 최대치인 1,865t를 방류하면서도 불과 10분 전인 오전 7시 50분에야 통보함으로써 대피할 시간도 주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구례, 광양, 하동 등 댐 하류지역은 주암댐의 방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위험 구간입니다. 수해 당시 주암댐 1,000t의 방류량이 섬진강댐 방류량 1,865t과 합해 가중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이에 대한 조사 결과가 누락되어 있습니다.

2020년 8월 섬진강 수해는 댐 관리 잘못에 의한 관재이며 인재입니다. 21개 전국 다목적 댐 중 섬진강댐은 가장 취약한 홍수조절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다목적 댐은 20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하여 건설되었으나 섬진강댐은 100년 빈도의 홍수대비 기준으로 건설되었습니다. 다른 댐의 홍수조절기능이 평균 18%임에 반해 섬진강댐의 홍수조절기능은 6.4%에 불과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1961년 댐 설계 이후 60년간이나 홍수조절기능과 댐 관리 규정을 방치한 환경부의 직무유기는 반드시 규명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원인 제공자인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수해민의 정신적·물질적 손실을 구제하는 게 아닌 즉각적이고 실질적으로 배상을 하여야 합니다. 국가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며 홍수기말 100억 톤 확보 정책을 추진한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국민 앞에 사죄하여야 합니다. 구체적 수해 원인 없는 환경분쟁조정법에 의한 분쟁조정적 성격의 피해 구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2020년 수해 참사는 분쟁과 조정의 대상이 아닌 국가에 의해 발생한 재난입니다. 환경분쟁조정법은 신속한 100% 배상을 위해 편의적으로 법을 개정('21.3)하여 청구하는 법적 틀일 뿐입니다.

구체적 원인 규명 없는 수해원인조사보고서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1%의 잘못도 없는 수해 피해자를 분쟁의 당사자로 삼아 시간 끌기를 하는 것은 역사에 부끄러운 일이며 구례의 소가 웃을 일입니다. 이는 조사협의회를 국무총리실 산하의 독립적인 기구로 구성해 달라는 애타는 피해민의 요구를 외면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더이상 기다릴 수도 참을 수도 없으며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습니다.

김창승 섬진강수해극복 구례군민대책본부 상임대표
김창승 섬진강수해극복 구례군민대책본부 상임대표

구례의 수해 피해자는 1,965명이고 피해 금액만도 1,150억 원에 이르는 실로 상상할 수 없는 전쟁터보다 더한 피해 상황입니다. 수해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국가(환경부)는 더이상 책임을 회피하여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2020년 8월 8일 그날부터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 속에서 울고 있는 피해민의 마르지 않는 피눈물을 닦아줘야 합니다. 그래야 국가입니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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