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유학 통해 시작한 농촌 생활은 혜택이었다”

지난 19일 낙안읍성 옆 빵집 '베이커리 소풍'을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순천광장신문
지난 19일 낙안읍성 옆 빵집 '베이커리 소풍'을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순천광장신문

지난 23일 제2기 전라남도교육청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이하 유학)이 시작했다. 이번 학기에는 서울·경기·광주 등 대도시 지역 초·중학생 165명이 전남 17개 시·군 37개 학교로 전학해 유학 생활을 한다. 이 가운데 57명은 지난 1학기에 이어 유학 생활을 연장했다.

초등학생 학부모 ㄱ씨와 ㄴ씨 아이들 또한 연장하길 희망했다. 지난 1학기 동안 경험한 농촌생활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도 도전이었지만 우리에게도 도전이었어요.”

올봄 유학을 위해 서울에서 순천 낙안으로 생활 터전을 옮긴 학부모 ㄱ씨와 ㄴ씨는 지난 7월 작은 빵집을 열었다. 낙안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다.

지난 19일 낙안읍성 주차장 옆에 위치한 빵집 ‘베이커리 소풍’을 찾아 ㄱ씨와 ㄴ씨를 만났다. 낙안읍성에 나들이 오는 기분으로 손님이 빵집을 들렀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름 지은 ‘베이커리 소풍’은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은 빵을 굽는다. 첨가물을 넣지 않는 대신 당일생산 당일판매 원칙을 고수한다. 판매하고 남은 빵은 이웃과 나눈다.

낙안에는 빵집이 없어서 빵을 사러 벌교까지 나가야 했는데, 고민하다가 빵집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동업으로 빵집을 차리는 과정에서 손수 인테리어를 하기도 하고 다른 학부모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아이들도 함께 가게 페인트칠을 도왔다. '베이커리 소풍'은 아이와 추억이 담긴 가게다.

‘베이커리 소풍’은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은 빵을 굽는다. 첨가물을 넣지 않는 대신 당일생산 당일판매 원칙을 고수한다. ⓒ순천광장신문
‘베이커리 소풍’은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은 빵을 굽는다. 첨가물을 넣지 않는 대신 당일생산 당일판매 원칙을 고수한다. ⓒ순천광장신문

“2학년에게 있어 유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에요.”

두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 하는 모습을 보고 유학을 결심했다.

아이들이 지난해 3월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등교를 거의 하지 못 했다. 입학식도 비대면으로 치렀다. 친구를 사귀고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1학년 시기에 비대면 수업을 하는 기간이 길어지며 걱정도 커졌다.

전학 온 학교는 서울과 비교해 학생이 적었다. 교사 한 명이 맡는 인원도 적어(2학년 9명, 4학년 13명) 일대일로 관심 갖고 수업도 눈높이로 이뤄졌다. 특히 도시에 비해 문화적 혜택이나 사교육 시설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농촌에서 즐길 수 있는 승마, 골프 등 체험활동 수업이 다양했다.

만족도도 높다. 아이들의 적극성이 높아져서다. 고학년과는 달리 대면수업을 어색해하던 2학년 아이들도 이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아이들이 잘 적응하는 모습에 두 사람도 한시름 놓고 농촌 생활을 시작했다. 밭에서 냉이와 쑥을 캐고, 고흥 바다에서 미역을 땄다. 전통주를 빚는 장인으로부터 제조법을 배워 전통주를 빚고, 보성에서 찻잎 배합 체험을 하는 등 서울에서 하지 못했던 일을 경험했다.

‘백 프로 서울도시사람’인 두 사람은 “농촌 생활을 하면서 벌레와 24시간 함께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고충 아닌 고충도 털어놨다. 밤에는 소설책에서만 보던 ‘칠흑 같은 어둠’이 낯설기만 했다.

두 사람은 “유학을 통해 시작한 농촌 생활은 혜택”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빵 체험 등을 계획하고 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머물고 싶어 한다. ㄱ씨는 “앞으로 살아갈 시대는 공부가 전부인 시대가 아니다”며 “어릴 때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컸을 때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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