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주역 놀이’ 강좌가 열리고 있다.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주역 놀이’ 강좌가 열리고 있다.

고등학교 재학 중 ‘공부를 하고 싶어 학교를 그만뒀다’는 김동조 씨(39세)를 만났다. 김 씨는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준비하는 중, ‘불교 경전과 명상을 접하며 평생 불교수행자로 살기로 했다’고 한다. 30대 중반에 우연히 주역을 공부하고, 어려워 보이는 주역을 현대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놀이’로 펼치고 있다.

필자는 3년 전, 1박 2일 주역을 공부하고 어려워서 덮어버린 적이 있는데, 청소년들과 주역을 통해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를 보며 ‘나도 배워야겠어!’라는 의욕이 생겼다.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주역 놀이’ 강좌를 열고, 주역을 놀이로 안내하는 김동조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젊은 나이에 주역을 배우셨네요? 어떤 계기로 배웠나요?

전남 녹색당 총회에 갔더니 곡성의 이화서원에서 주역을 가르치는 김재형 선생님이 있더군요. 친구가 ‘전남 녹색당 총회에나 가세.’ 해서 ‘그래.’ 하고 간 거죠. 수업에 한 번 오라고 해서 갔어요.

녹색당에도 가입했어요. 순천 정토회에서 만난 지인이 그 당시 선거에서 비례대표는 꼭 녹색당에 한 표 부탁한다고 카톡이 왔어요. 솔직히 말해서 다른 정당을 찍을 생각이었는데, 고민하다가 그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찍었죠. 그렇게 녹색당에 가입을 하게 됐어요.

정토회에 가게 된 것은 여동생이 쿠싱증후군이란 희귀한 병에 걸렸었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여동생이 수술을 마치고 병실에 입원했을 때 정토회 광고가 나오더래요. ‘오빠. 내가 평소에 이런 건 눈에도 안 보였거든? 며칠 전에도 보이더니 오늘 또 보이는 거야. 이건 운명이야!’ 하고 다급히 전화가 온 거예요. ‘어! 그렇구나!’ 대답했죠. ‘그러니까 오빠가 정토회에 가!’ 여동생이 말하더군요. ‘뭐? 내가 왜?’ 여동생이 운명이라고 느꼈는데 나에게 꼭 가래요. 그래서 간 거예요.

주역을 배운 것이 본인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처음에는 버킷리스트 하나를 해결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도대체 이 주역이란 게 뭔지 예전부터 궁금했거든요. 한두 번 시도했었는데 워낙 어려웠어야죠? 그 어려운 것을 쉽게 핵심만 필살기처럼 알려주는 사람을 만났으니까 궁금증이 해결된 거죠.제가 주역을 처음 배우러 가던 날, 친구랑 통화하면서 갔거든요.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동조는 주역을 배우면 되겠다.’ 내가 앞으로 일이 잘 풀릴 거란 그런 뜻이었어요.지금 이 순간 주역을 배운 것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느냐 묻는다면,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한 가지 관점만으로 바라보는 습(습관)이 싹 사라진 거죠. 주역의 기본 원리가 음양(-+)이거든요. 어떤 경우에도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거예요. 사람 마음이 좀 넉넉해질 수 있죠.

지금 세상에 주역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최근에 아프카니스탄의 소식을 들으셨나요? 탈레반이라는 무장 단체가 수도 카불까지 점령해서 아프카니스탄은 이제 완전히 탈레반에게 장악이 되었어요. 대통령은 해외로 도망을 쳤고요. 수도 카불에 살던 사람들은 대탈출을 시작하고 있대요. 탈레반은 정부군이었던 사람들을 골라내서 피의 숙청을 하고 있다죠? 세상이 평화롭지가 않네요. -+(음양)이 서로 달라도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알면 서로 싸우지 않아도 되는 건데요.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주역 놀이’ 강좌가 열리고 있다.
공유공간 디딤돌에서 ‘주역 놀이’ 강좌가 열리고 있다.

주역 놀이는 어떻게 하나요?

주역에는 세 가지 원리가 있다고 통상적으로 말해요. 첫 번째는 쉬워야 한다. 두 번째는 바꾸고 변한다. 세 번째는 변하지 않는다. 개념으로 보면 어렵죠? 어릴 때 친구들이랑 놀던 놀이를 생각하면 딱 저 3개의 규칙이에요. 쉬어야 친구들이 같이 놀죠? 놀이 방법은 고정된 게 아니라 구성원에 따라 바뀌죠. 노는 동안에는 규칙대로 해보는 거죠. 이게 놀이에요. 주역의 원리이기도 하고요.

주역 놀이는 제가 만들었어요. 놀이가 하나만 있는 건 아니죠? 옛날 놀이로 따지면 고무줄, 구슬치기, 딱지치기, 술래잡기 같은 게 있었고요. 요즘 놀이로 따지면 게임이 있는데 장르가 나눠지고 장르 안에서도 게임이 다양하죠. 하나의 게임 안에서도 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놀 수 있고요. 이게 놀이에요.한 가지 방법만 있는 건 아닌데요. 제가 자신 있게 하나 소개할 수 있는 걸 알려드릴게요. 필요한 도구가 세 개 있어요. 글을 쓸 수 있는 펜 한 개와 B4 크기의 종이 한 장이면 돼요. 동전 세 개도 필요하고요. 준비물은 일단 다 끝났어요.

여기서부터 비전(祕傳)인데 모두에게 공개가 된다고 하니까 조금 감추고 싶은 마음도 있네요. 모든 레시피를 자신 있게 공개해도 어짜피 못 따라할 걸 아는 달인이 TV에서 레시피를 공개하는 마음으로 쓸게요.

첫 번째는 질문을 씁니다. 두 번째는 1~6 숫자를 써요. 1~6에는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내 삶의 상징을 씁니다. 세 번째로는 동전에서 음양을 정합니다. 던집니다. 네 번째로는 음양에서 현재와 미래를 정합니다. 현재는 고민이기도 하고 미래는 지혜이기도 해요. 다섯 번째로는 세 개의 동전을 총 6번 던집니다. 1~6 옆에 차례대로 효를 쭉 씁니다. 효는 소음, 태음, 소양, 태양 넷 중 하나입니다. 네 개의 효 중에서 한 개가 나오는 걸 여섯 번 반복하는 거예요. 이 여섯 개의 효를 하나의 괘라고 합니다. 여섯 번째로는 변효를 그립니다. 일곱 번째로는 1~6 옆에 내가 쓴 내 삶의 상징에서 ‘삶 → 감정 → 상징’을 추출합니다. 여덟 번째로는 두 개의 괘를 풀이합니다. 아홉 번째로는 1~6을 현재와 미래로 나누어서 스토리텔링을 합니다. 열 번째로는 태음, 태양만으로 현재와 미래를 다시 스토리텔링을 합니다. 열한 번째로는 ‘지혜’를 추출합니다. 어때요? 어렵죠?

이 세상 모든 놀이가 그래요. 직접 해보면 쉬워요. 이거 배우는데 2시간이면 되지 않을까요?

주역을 놀이로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셨나요?

곡성에 있는 이화서원에서 김재형 선생님에게 주역을 배우는데, 수업할 때 이제 주역을 놀이처럼 다뤄야 한다고 말했어요. 일상에서 매일 놀이를 하듯이 계속 해보라고요. 놀이란 게 자기들이 놀고 싶은 방법대로 규칙을 새로 만들잖아요?아이들이 크레파스로 어떻게 놀죠? 어른들의 생각에 크레파스는 그림을 그리는 도구일 뿐인데, 아이들은 크레파스로 온갖 것을 다 할 수 있어요. 그림을 그리다 뿐일까요?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서 멀리 던지기 놀이를 할 수도 있고, 가위바위보로 따먹기를 할 수도 있고, 곱게 갈아서 화장품처럼 쓸 수도 있고, 칼싸움을 할 수도 있고요. 무한대의 상상력이 가능해요. 이게 놀이죠. 그래서 나는 진짜 주역을 놀이처럼 만들어 놀았어요.

청소년들과 주역을 만날 때 어떤 마음이 드나요?

주역은 도구이자 수단일 뿐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마음 안에 내면의 교사가 있다는 말을 아시나요? 나의 안에도, 내가 만날 청소년의 안에도, 서로의 안에는 모두 자기 안에 내면의 교사가 있다는 거죠. 이 두 사람의 안에 있는 내면의 교사가 주역이라는 도구로 이어지는 거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스승이 있고, 경전이 있고, 지혜가 있어요. 주역을 수단으로 해서 나와 내가 만날 청소년들 안에 있는 스승, 경전, 지혜가 한 자리에서 이어지고 서로 만나는 거죠. 주역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인 거죠. 단지 우리를 이어줄 수 있는 도구이자 수단일 뿐이니까요. 중요한 건 주역이 아니고 우리에요.

주역은 새로운 내용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나요?

네. 제가 아주 대단한 걸 만들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천재적인 빛이 번쩍일 때가 있거든요.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그런 순간이 한두 번쯤은 있어요.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겠죠? 그 빛이 발하는 순간에 제가 뭘 하나 만든 게 있거든요. 나중에서야 알았죠. 내가 현대적으로 주역을 완전히 재해석 해내면서 대단히 새로운 걸 하나 만들었단 걸요.

젊은 데도 고요하고, 사고의 영역이 넓은데 그 배경이 궁금해요.

저는 불교를 기본으로 하는 명상 수행자라는 정체성이 있어요. 고요하고 차분한 건 제가 아니고요. 그런 오해를 할 수는 있겠죠. 그런 면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사고의 영역이 넓고 깊다는 것도 내가 아니에요. 나는 단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재주가 있어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는 거죠. 마침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이 밤인데요. 밤에 별빛이 혼자 반짝이는 건 넓을 수도 없고 깊을 수도 없죠. 셀 수 없이 많은 별빛이 밤하늘에서 빛나고 있을 때 넓고 깊은 빛이 나오는 거예요.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재주가 있고요. 밤하늘의 별빛처럼 모아내는 재주가 있어요.

만약에 내가 어느 순간에 고요하고 차분하다면 그건 많은 사람들 덕분이고요. 내 사고의 영역이 넓고 깊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게 모여서 나타나는 순간일 뿐이죠.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가요?

전국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가 되고 싶군요. 친구가 되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어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을 만나려면 차비가 필요하니까요. 차비를 벌고 싶고요. 친구들이 내가 있는 곳에 와서 편안히 쉴 수 있으려면 내 보금자리도 있어야겠죠? 순천에서도 같은 일을 하고 싶어요.

누가 불러서 같이 이야기하고 놀자고 하면 ‘네.’ 하고 가서 이야기나 하며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냥 같이 두런두런 이야기나 나눌 수 있는 사이요.

그 어렵던 주역이 필자에게 놀이로 다가오며 ‘지혜는 일상의 흐름 속에 너와 나의 마음과 말과 자연의 흐름 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또한, 친구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돕고 싶을 때, 아주 좋은 도구가 된다는 경험을 하고 있다. 주역 놀이 수업 중, 김동조 씨가 흘러가는 듯한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삶이 나에게 선물을 주는 순간이 있어요. 나에게 이익이 없는 것 같은데 아무 계산 없이 온전히 상대방을 위해 무언가를 할 때, 부메랑처럼 나를 살리는 지점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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