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최초 프로바둑기사 임진욱 씨.
순천시 최초 프로바둑기사 임진욱 씨.

지난 148회 한국기원 입단대회에서 순천 출신 임진욱(22) 씨가 프로바둑기사로 입단했다. 순천 바둑 역사에 처음으로 바둑 프로기사가 탄생한 것이다. 임진욱 씨가 바둑을 시작한 지 15년 만의 쾌거다. 임진욱 프로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구례에서 바둑학원에 다니다가 학원 원장으로부터 “이제 그만 나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개구쟁이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둑이 좋았다는 임 프로는 순천에 이사 와서 가장 먼저 엄마에게 바둑학원에 보내달라고 청했다고 한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팔마바둑학원(현재 신대 전동규 바둑학원)이다. 전동규 원장은 소년 임진욱의 실력을 단번에 알아봤다. 매일 새벽 5시 체력과 정신력을 길러주기 위해 함께 봉화산 산행을 하고 방학에는 합숙훈련을 했다. 새벽잠 깨서 나오는 학원의 친구들과 함께였다. 새벽마다 으쌰으쌰 산에 오르며 몸도 마음도 더욱 밝고 건강해진 아이들은 노는 것처럼 즐겁게 바둑을 배웠다고 한다. 지난 20여 년 전, 바둑학원 문을 열고 시작한 새벽 봉화산 산행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어머니 이미아 씨는 새벽 4시 30분이면 자녀들을 깨워 옷을 입혀 내보냈다고 한다. 소년 임진욱은 잠이 덜 깨 나오면서도 얼굴을 한 번도 찡그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방학에는 바둑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합숙 훈련을 하며 우정도 쌓았다. 당시 함께 합숙하고 산길을 걸었던 친구들은 아직도 우정을 유지하며 지낸다. 

어머니 이미아 씨는 말했다.

 “전동규 원장님이 아니었다면 우리 아들이 프로를 꿈꿀 수 없었을 거예요. 이런 길을 알지도 못했을 거예요. 원장님이 2학년 때 서울에 보내주셨거든요. 서울분들이랑 통화해 가면서 아이를 챙겨 주셨어요.”

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학원 버스에 몸을 싣고 여행을 다니듯 몰려다니고, 대회를 마치면 차가 꺼지도록 뛰고 놀며 돌아왔다. 바둑도 좋았지만 함께 어울리며 놀던 추억은 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 어린 나이에 새벽마다 산에 갔다는 것이 놀랍네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가르쳐 주어 그런지 우리 진욱이는 원장님 말이라면 다 들었어요. 원장님이 대단하시죠. 아이들을 이끌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힘든데…. 아빠 말도 안 듣는 나이인데.”

프로바둑기사가 되어 바둑학원을 찾아와 감사를 전하는 임진욱 프로와 전동규 원장.
프로바둑기사가 되어 바둑학원을 찾아와 감사를 전하는 임진욱 프로와 전동규 원장.

임진욱의 실력을 귀히 여기며 전동규 원장이 “서울로 보내자”고 했을 당시, 어머니 이미아 씨는 학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남편 월급보다 더 큰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난감했지만 아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아들을 서울로 보내고 내려오며 남편에게 “우리 집을 팝시다.” 말을 꺼내자 남편은 두말없이 단번에 “그래야지~” 동의하고 집을 팔았다. 당시 월급으로 아들의 서울 생활을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동생의 실력을 알아본 형도 동생에게 기회를 양보하고 제일 돈 안 드는 공부를 선택했다고 한다.

어머니 이미아 씨의 교육철학도 남달랐다. 엄마가 아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심지어 뜨개질을 배우고 싶어 하면 아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칠 정도였다. 어머니의 헌신과 아버지의 간섭 한 번 하지 않는 묵묵한 지원, 그리고 실력을 알아봐 주고 길을 안내한 전동규 원장, 그 모든 손길이 지금 순천 최초의 바둑프로기사 임진욱 프로를 있게 한 사람들이다. 

임진욱 프로가 신대 전동규 바둑학원에서 후배를 지도하고 있다.
임진욱 프로가 신대 전동규 바둑학원에서 후배를 지도하고 있다.

순천에서 바둑프로기사를 배출했다며 소년처럼 기뻐하는 전동규 원장은 말한다.

“우리가 학원을 하지만 핵심은 인간관계 같아요.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학생들과 열심히 산에도 다니고 대회도 다니니 정이 들어서 한국기원 취직한 친구도 있고 한의사가 된 친구도 있고,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요.”

 

임진욱 프로 인터뷰

 

Q. 마음이 어때요?
A. 기분은 엄청 좋죠.

 

Q. 바둑이 어떤 점이 좋아요? 구례 바둑학원에서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듣고도 순천에서 다시 바둑 학원을 다녔다고 해서...
A. 맨날 새로운 것 같아요. 모르는 수가 나오고 그런 부분이 재미있어요.

 

Q. 바둑 해서 다행이다 싶은 순간이 있나요?
A. 잘 모르겠어요. 중간에 그만 두고 싶었던 적이 많았어요. 이왕 한 김에 끝까지 해보고 싶었어요. 

 

Q. 바쁠 텐데 오늘 순천까지 내려온 이유는?
A. 원장님이 어려서부터 많이 도와주셔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전에 바둑학원 다니며 함께한 친구들과도 밥을 먹고 싶고요. 함께 산에도 다니고 합숙하며 지내서 다들 궁금해요.

 

Q. 앞으로의 포부는?
A. 계속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한국바둑 리그에 들어가고 싶어요. 

 

박경숙 순천아이쿱생협 전 이사장. 공유공간 디딤돌 활동가.
박경숙 순천아이쿱생협 전 이사장. 공유공간 디딤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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