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상준. 전북 고창 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해리댁의 망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소설집 『오래된 잉태』 ,『강진만』,『푸른농약사는 푸르다』, 산문집 『다시, 학교를 다자인하다』
소설가 한상준. 전북 고창 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해리댁의 망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소설집 『오래된 잉태』 ,『강진만』,『푸른농약사는 푸르다』, 산문집 『다시, 학교를 다자인하다』

“지난달보다 덜 썼네요.”
“이거 드세요.”

전기 사용량 검침을 오거나, 우편물을 배달하러 산속 나 홀로 집까지 오는 건 번거로운 일인지라, 뭔가를 대접하곤 했다. 사람이 그리운 연유이자 배려였다. 해서, 검침원이건 배달원이건 소소한 정담 나누는 관계 형성은 되어 있다.

“마침 목이 좀 말랐는데.”
솔순효소 탄 물 한 모금 마신 검침원 김 씨가 덧붙인다. 
“목요일에 스마트 미터기 설치 작업반이 올 겁니다.”
“그게 뭔데요?”
“원격측정 전력계량긴데요,”

설명인즉, 소비자와 전력회사 간 쌍방향 통신도 가능하면서 전기 사용량 또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기기로 외국에선 이미 설치, 시행하고 있단다.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된다는 거네요, 이제.”

표현과 달리 설핏 섭섭함이 묻어 있는 내 표정에, 

“….”

김 씨가 말을 접었다가,  

“그렇긴 한데,”

끝을 맺지 못한다. 고용 불안을 겪고 있다는 속내로 읽혔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건가, 그럼?”

희망 고문을 줄 심사는 물론 아니다.  

“우리 지역 검침원이 아홉인데, 다섯 명만 쓴다네요. 검침이 어려운 산간벽지는 설치와 동시에 원격측정을 하겠다면서도, 별다른 이야기가 아직 없어요.”

갓 두 살 된 아이가 있는, 한국전력 자회사 소속으로 사실상 비정규직이라고 들었다.  

“그동안 고생했는데 감안하지 않겠어요?”
“그걸 알아주면 좋겠는데…회사에서는 선생님 댁 같은 단독가옥 요금에 대해 늘 의심하고 있어요. 여름과 봄철 사용량이 비슷하다거나 겨울과 가을 사용량이 다르게 나오지 않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해요. 전력량 측정이 정확하지 않으면 전력 비축량 예측도 어려울 뿐 아니라 요금 책정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적극 단속하고 있거든요.”
“요금 책정 문제요?”
“요금요율이라는 건데요. 피크타임제 적용으로 전기 사용을 일정 정도 통제해 왔듯이 사용량이 급증하는 일일 시간대 요금을 조정해서 일반 세대의 전기 사용량을 회사가 어느 만큼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여름철 피크타임제는 그런다지만 일일 사용량까지는 좀?”

결국은 요금을 올리겠다는 의도라 여겼다. 사용량을 월별로 적절히 조정해줘 요금이 들쑥날쑥 부과되지 않은 건 김 씨의 작은 배려였다. 

“산간벽지 검침원을 먼저 없애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여요.” 
“명분이야 선다지만 일자리 앗아갈 정도까지는 아니잖아요?” 
“배려하지 말라는 거지요.”

산속집이라 여름철에 선풍기 드물게 돌리고, 온돌방이라 겨울철에 나무 때니 난방비 덜 들었다. 전기 사용량이 계절이나 시간대별로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편이다.

‘스마트 미터기라니…차갑네, 차가워.’ 

김 씨 가고 나니 더 씁쓸하고,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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