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의 칼럼’에 대한 논박

 

문수현 순천대 강사. 순천대 여순연구소 연구원.
문수현 순천대 강사. 순천대 여순연구소 연구원.

‘여수‧순천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10‧19특별법)이 2021년 6월 26일 여야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유족들과 지역사회는 물론, 관심있는 많은 국민들이 환영하고 기뻐하였다. 그러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매우 만족스러운 법안은 아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니, 이제부터 우리가 중지를 모아 그 내용을 채우고 보완해 나아갈 것을 다짐하였다.

그런데 10‧19특별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다음날(7월 14일), 특별법에 딴지를 걸고 어깃장을 놓는 세력이 발호하기 시작했다. 첫 테이프를 끊은 사람은 동아일보 논설위원이라는 송평인이다. 그는 ‘누가 야윈 돼지들이 날뛰게 했는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칼럼을 통해 10‧19항쟁과 유가족, 지역민과 건강한 상식을 가진 한국인을 우롱하고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우리는 경악하고 분노하였다. 이 글을 좌시하는 것은 무고한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에 대한 2차 가해라고 판단하였다. 우리는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집단소송 개시에 앞서, 우리가 왜 송평인의 글에 분노하는지, 그 글이 얼마나 형편없는 글인지 따져보도록 한다.

첫째, 송평인은 ‘반란군과 좌익세력이 여수와 순천에서 경찰관과 민간인을 죽였다’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는 열 배 스무 배 많은 군과 경찰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이는 그 당시를 경험한 지역민들의 상식에 속하는 사실이고, 조사에서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일부 사실만을 부각하여 전체의 진실을 가리는 보수 언론의 오래된 왜곡수법을 이번에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였다. 그는 왜 한쪽 눈으로만 사물을 보는 걸까. 특정 정치 이념에 치우쳐 역사의 진실을 덮으려는 속셈이 아닐까?

둘째, 송평인은 “반란이 평정된 뒤 반란군과 그 협조자들은 군사재판을 통해 처형되거나 수감됐다.”고 말한다. 이 또한 사실과 다른 엉터리 주장이다. 일부 그런 사례가 없지 않았지만 토벌대 마음대로 총살한 사례가 압도적이었다. 대부분 무고한 민간인이 현지 지휘관의 명령으로 또는 ‘손가락총’에 의해 재판도 없이 즉결처분되었다. 이에 대한 지역민들의 증언은 차고 넘친다. 진실화해위원회의 보고서, 연구단체의 조사, 개인의 연구-증언 등 여러 경로로 이미 명백하게 밝혀진 진실이다. 송평인은 이를 전혀 모르거나 무시한 채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7월 14일자 동아일보 A34면 송평인 칼럼. (출처=동아일보 갈무리)
7월 14일자 동아일보 A34면 송평인 칼럼. (출처=동아일보 갈무리)

셋째, 송평인은 “명예회복을 요구할 쪽은 반란군과 그 협조자의 후손밖에 없다.”고 단정하였다. 이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며, 무지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아무 죄도 없는 민간인이 밥을 먹다가 불려 나가 재판도 없이, 언제, 어디서, 무엇 때문에, 누구에 의해서 죽었는지 모르는 사례가 허다하다. 73년이 지난 지금도 유족들이 가슴에 시퍼런 한을 품고 증언하고 있는데,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그리고 우리들도 어서 빨리 특별법이 통과되어 유족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를 바랐는데, 유족과 우리들이 졸지에 “반란군과 그 협조자의 후손”이 되어버렸다. 이는 언론의 자유를 빙자한 인권 침해이며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한 범죄 행위이다.

넷째, 송평인은 “서류상 체포의 근거가 남아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은 시공을 초월한 듯 태연해 보인다.”고 하였다. 참으로 기가 꽉 막히는 말이다. 10‧19항쟁 재심 무죄 판결은 2020년 1월 20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내렸고, 애초에 무죄를 구형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여 종결된 사건이다. 증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기도 한다. 그런데 무지한 송평인은 재심 무죄를 ‘대법원’에서 선고했다며 엉뚱하게 대법원을 비판하고 있다. 기본적인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공론장에 글을 쓰는 그의 만용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누가 살찐 돼지를 날뛰게 하는가’ 매우 궁금하다.

나는 그가 10‧19항쟁 유족 한 사람이라도 만나 피눈물나고 몸서리치는 증언을 들었더라면, 기존의 연구물을 하나라도 진지하게 읽었더라면, 10‧19항쟁 연구자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걸었더라면 이렇게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말하거나 진실을 왜곡한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송평인의 칼럼은 왜곡과 불성실, 무지와 무성의로 점철된 무책임한 글이다. 그리하여 그는 수많은 유족과 지역민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주었으며, 특별법을 통해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의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다수 국민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었다.

10‧19특별법 제정은 70년 넘는 숙원의 종착점이 아닌 10‧19항쟁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우리는 지역적 이익을 넘어, 자신의 자리나 손익을 넘어, 오래 묵은 숙원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중앙위원회와 실무위원회에 송평인 같은 자가 들어가지 않도록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하고, 도의회나 시·군의회에서는 관련 조례를 제대로 제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작은 성취에 취했다가는 작은 반동의 물결에도 휩쓸려 갈 수 있다. 호랑이처럼 신중하고 뱀처럼 지혜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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