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수 편집위원
김계수 편집위원

지난 5월 26일 전남교육청은 지역 내 폐교의 활용과 관련하여 새로운 정책을 수립·발표했다. 그동안에는 폐교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개인에게 매각 또는 대부하는 것이 기본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는 마을공동체의 터전을 없애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보고 앞으로는 해당 지역의 주민에게 되돌려주겠다는 것이 새로운 정책의 뼈대이다.
올해 5월 현재까지 우리 도의 폐교 수는 모두 833개교인데, 그중 약 40%는 최근 10년 사이에 폐교되어 인구의 급격한 유출과 노령화를 반영하고 있으며, 신안, 완도, 고흥, 여수에 집중되어 있다. 도교육청은 651개교를 매각, 44개교는 자체 활용 등으로 처리 종결하고 남은 138개교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52개교는 현재 대부 중이어서 나머지 80여 개교가 새로운 정책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순천시에는 대부 중인 폐교 7개, 보존 예정 4개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남도교육청 관할 폐교 현황
전라남도교육청 관할 폐교 현황

전남교육청의 정책은 지자체와 상생·협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폐교를 학생과 주민, 지역의 성장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24년까지 폐교 34곳을 선정하고 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주민과의 공감 쉼터, 학생 체험 공간, 주민 복지시설, 소득증대를 위한 거점 등으로 조성해간다는 것이다. 
계획한 사업이 모두 순조롭게 정착된다면 폐교가 지역민의 삶이 펼쳐질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함으로써 지역민에게 활력과 소통의 장이 되고, 지자체와 마을공동체와의 협력을 통해 ‘하나 되는 전남 교육’이 이루어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폐교들은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들이 학령기가 되어 공교육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던 시기에 섬 지역이나 산간벽지에 설립되었다. 학교 부지는 지역민들이 금싸라기처럼 아끼던 땅을 국가에 기꺼이 내놓음으로써 마련되었다. 
국가가 제공해야 할 교육 인프라의 일부를 지역민이 감당한 것이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정부는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려 했고, 문을 닫은 학교는 어떤 방식으로든 지역민에게 환원되어야 했지만 그동안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정책은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크게 환영할 일이다.
마침 인근 승남중학교외서분교장(구 외서중학교)이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그 진행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외서면주민자치회(회장 박종석)는 1월 중순 공감 쉼터 조성 공모 사업에 계획서를 제출하여 시범 운영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이후 순천교육지원청에서는 공간 활용 계획, 소요 예산 산출, 예산 확보 방안, 공정별 예산 편성, 사업 일정 등 세부 계획을 작성하고 지자체 및 주민과의 협의를 시작한다. 총예산 3억 5천여만 원에 교육지원청 3천만 원, 자치회 2천8백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순천시의 투자를 전제하고 있다. 기반 사업이 이뤄지는 연말에 개소식을 열고 주민자치회와 무상대부 계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사업 계획을 교육지원청이 주도하고 대부 계약이 미뤄지면서 시에서는 추경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고 있고, 주민자치회는 사업에 협력할 수 있는 기관과의 협의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한다. 심지어 교문을 열어주지 않아 제초 작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주민 복지쉼터로 탈바꿈하고 있는 승남중 외서분교 (제공=전라남도교육청)
주민 복지쉼터로 탈바꿈하고 있는 승남중 외서분교 (제공=전라남도교육청)

이러한 불협화음은 전남교육청이 교육지원청을 사업의 주체로 상정하고 있는 데에 기인한다. 전남교육청의 계획에는 교육지원청이 세부 실천 계획을 수립하여 지역민과 협의하고 지자체의 투자를 유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폐교 부지가 원래 지역민의 재산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특성과 여건, 주민의 욕구,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인력 풀 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지역 주민이 사업 추진의 주체가 되어야 마땅하다. 
교육지원청은 국유재산의 손상을 막고 향후 제기될 수도 있는 교육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일정한 제한을 두는 대부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사업 진행 과정이 정책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로 충분하지 않을까. 지역 주민의 자치 능력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주민들의 역량은 만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농업의 회생과 농촌공동체가 회복되는 방향으로 국가 정책의 대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러한 시도들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이 없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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