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은 도로상에서 차량에 의해 일어나는 야생동물 교통사고를 이르는 말이다. 생태, 환경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체로 익숙한 용어이다.

충북, 경남 등의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마산시나 김해시와 같은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일찍이, 일명 ‘로드킬 방지 조례’를 통해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예방하고 사체처리를 위한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다.

'로드킬'과 같은 야생동물사고는 생태적 서식환경의 왜곡과 침해 등의 문제는 물론, 도로의 사체 방치로 인해 운전자들의 안전운전을 방해하거나, 심리적인 불안감과 불쾌감을 주게 된다.

운전자도 법적으로 큰 책임을 지는 경우는 없겠지만, 무고한 생명을 살상한 것에 대한 심리적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생태적, 사회적, 개인적 문제들을 야기하는 로드킬 방지를 위해 도로 펜스 설치, 야생동물 통로와 생태가교의 설치 등 다양한 기술적 노력이 있어왔지만 로드킬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조류충돌방지 스티커가 부착된 건축물
조류충돌방지 스티커가 부착된 건축물

한편, 땅 위의 자동차도로나 철로 등에서 야생동물 충격사고가 있듯이, 공중에서도 고층 건물의 유리창이나 투명유리 방음벽 등과의 충돌에 의해 야생조류들이 죽어가고 있다.

국립생태원의 자료정보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연간 3억 5천에서 9억 9천 마리가, 캐나다에서는 2천 5백만 마리가 이러한 사고로 희생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연간 800만 마리의 야생조류가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는 운전자에 의한 충돌인 도로 상의 야생동물 충돌사고는 '로드킬 (road-kill)'로 부르고 있는 반면, 새들의 투명방음벽이나 유리창 충돌사고는 액면 그대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새들의 부주의나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야생조류의 생태적 환경이나 습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미필적 고의의 측면에서 본다면, 적극적인 환경 책임의 차원에서 '스카이 킬(sky-kill)'이라고 불러야만 할 일이다.

아직 이 '스카이 킬'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환경 관련 기관 단체들의 문제의식과 충돌방지 대응 활동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 정책과 제도의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발효된 환경부의 「방음 시설의 성능 및 설치기준」개정안에서는 ‘스카이 킬’의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개정된 2항에서 “방음 시설은 전체적 으로 주변 경관과 잘 조화를 이루고 미적으로 우수하여야 하며 환경‧생태 친화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하여 “도시경관 관련 심의기구 또는 관계전문가의 자문을 받거나 환경영향 평가 협의 의견을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방음 시설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고 있는데, “방음 시설의 유형 및 색상, 방음림(소음 막이 숲) 조성, 넝쿨 식물 식재, 방음벽의 단부 및 연결부에 화분 설치, 조류충돌 방지기능이 있는 문양의 방음판 사용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이번에 신설된 13조 3항에 따르면, "방음 시설 중 투명방음판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조류 충돌 등 생태적 영향 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물론, 자연 환경과의 조화, 조류 충돌 방지 등 생태를 위해 저감성능, 운전자 및 주변 주민 관점에서의 미적 기능을 포함한 '환경·생태·미학적 성능'을 갖추도록 제시하고 있다.

조류충돌방지 스티커가 부착된 건축물
조류충돌방지 스티커가 부착된 건축물

이처럼 최근 투명유리 방음판 등에 의한 야생조류 '스카이 킬' 문제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광역자치단체로서 가장 발 빠르게 ‘스카이 킬’의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경기도는 건축물 유리창, 투명 방음벽 등으로 인한 야생조류 충돌방지를 위해 ‘민간 모니터링단 운영 등 도민 참여형 조사’, ‘인공구조물 조류충돌 방지시설 시범사업’, ‘관련 조례 제정 및 시설 지침 마련’ 등 3대 추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3월 19일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직접 국립생태원, 네이처링 등의 유관기관과 함께 ‘야생조류 충돌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 순천에서도 이러한 3대 추진전략 중 2가지는 이미 선구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순천환경운동연합은 투명방음벽에 야생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나 페인팅 작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야생조류 피해 현황을 모니터링 해오고 있다.

아울러 순천시의 환경기업인 ㈜에코 플러스는 이미 투명방음벽의 조류충돌 방지와 생태적 미관향상을 위한 수직녹화를 겸하는 벽면 녹화시스템을 개발하여 시범사업을 추진 해오고 있다.

다만 아직 ‘스카이 킬’ 방지의 정책적·제도적 노력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경기도는 이미 야생조류 충돌 예방정책의 이행력 확보를 위해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경기도 야생조류 충돌 예방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의 대표 브랜드는 생태이다. 하늘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 생태의 본질이자 핵심 원리라는 점에서 순천(順天)과 생태는 동의어다. 아울러 공중의 새는 순리(順理), 자유의 상징이다.

생태 수도 순천에서 새의 자유, 생태적 원칙을 따르고 지키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순천의 시조(市鳥)는 흑두루미다. 두루미는 장수하는 신령한 생명의 상징이다. 두루미가 천 년을 살면 푸른 날개의 청학(靑鶴)이 되고, 다시 천년을 살면 검은 날개의 현학(玄鶴)이 된다.

흑두루미는 이천 년을 사는 신령한 현학인 것이다. 청학동(靑鶴洞)은 천 년을 산 푸른 학을 타고 신선들이 창공을 주 유(周遊)하는 별천지라면, 이천 년을 사는 흑두루미와 선남선녀들의 현학동( 玄鶴洞)은 생태적 유토피아(ecotopia)를 의미할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우리가 현학(玄鶴)의 에코토피아를 꿈꾸기 어렵겠지만, 최소한 하늘의 새들이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스카이 킬 프리(스카이킬-없는) 순천'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은가? 순천이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하지 않은가?

솔직히, 자동차와 속도의 근본적 문명 전환이 없다면, 로드킬 프리의 길은 지난한 일이겠지만, 공중의 새들을 위해 우 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고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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