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영섭 동지 서거 1주기를 맞으며

정영섭 추모문집
정영섭 추모문집

정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일 년이 되어간다. 그의 오십오 년의 짧지 않지만 그리 길지도 않은 이승에서의 생애를 짧게 요약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1966년 구례 토지에서 태어나 하동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그리고 진주고등학교를 거쳐 1986년 순천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에 입학했다. 당시의 젊은 대학생들이 그러하였듯 일찍이 학생 운동에 눈을 뜬 그는 대학의 와이엠시에이 동아리에 적을 두고 학생 운동에 몸을 던진 후, 안 타깝게 숨을 거둘 때까지 끊임없이 투쟁의 대열에서 멀리하지 않았음을 우리는 잘 기억한다.

고단한 투쟁 과정에서 그는 건강을 잃었으나, 분단된 민족의 통일과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헌신하였고, 사람을 사랑하고 장애인들의 권익 신장을 위하여 절치부심하였다고 할 수 있다. 87년 6월 항쟁의 한 주역으로서 성장한 그는 88년 3학년 때는 사범학부의 학생대표로 선출된 후에 사범대학의 출범을 위한 일에 매진하였다.

이 뿐만 아니라 순천대학이 종합대학으로 승격되는 데 일익을 담당하며, 학내의 민주화와 종합대학교 승격을 위한 대책위원회의 대표로서 활동하여, 1991년 순천대학이 종합대학으로 승격하는 과정에서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중략)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를 다시 한 번 여기에 옮겨본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이 시가 우리에게 울림을 크게 주는 까닭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법으로써 많은 부분 타협하고, 많은 부분 망각하고 또 많은 부분 침묵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의 부정과 타협해야 하고, 역사의 상흔은 망각해야 하고, 또한 세상의 불의에 침묵해야만 했던 시절도 있었고, 아니 지금도 그리하지 아니한가.

(중략)

정 선생 생을 추모하는 글을 바치며, 선생이 남긴 기운과 기상 그리고 윤주의 앞날은 우리 남은 자들이 힘을 합하여 도와드릴 것을 약속드리오니 편안한 안식에 들기를 바란다.

선생이 못다 이룬 일들, 새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는 남은 자들이 연대하여 이루어 내리라고 다짐한다.

 

2021년 3월 20일

고 정영섭 동지를 추모하며

순천대학교 명예교수 정영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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