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림사 옛터 미애여래좌상 ⓒ순천광장신문
향림사 옛터 미애여래좌상 ⓒ순천광장신문

‘비보풍수’는 풍수적 결함이 있는 땅에 인위적인 조건을 더해 주거환경을 조정하고 풍수 조건을 보완하여 이상적인 터를 조성하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풍수 사상이다.

같은 맥락에서 땅 기운이 너무 강해 이 지세를 누르기 위해 지은 사찰을 ‘비보사찰’이라 하는데, 도선국사가 세웠다 는 이 사찰을 통상적으로 비보사찰이라 부르고, 순천지역에는 선암사, 도선암과 더불어 향림사가 있다.

순천시 조비길 36번지에 위치한 전라남도 문화재 제3호인 향림사는 1853년 이기성이 기록한 ‘향림사중창기’에 따르 면, 도선국사가 기거했던 곳이라 전해지지만, 다른 문헌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으며, 조선 후기 기록이라는 점에서 신 빙성이 매우 약하다고 전해진다.

대웅전 앞에 있는 석탑 2기와 비봉산 골짜기 중턱 옛 향림사 터에 자리 잡은 마애여래좌상 양식을 통해 봤을 때 고 려 시대 후기에는 향림사가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창건에 관한 확실한 기록이 없어 아쉬움으로 남기는 하지만, 이 절이 천년고찰임이 분명한 것 같다.

전라남도 향토 유적 제13호로 지정돼 ‘향림사 마애불’로 부르기도 하는 이 마애여래좌상은 그 주변에 석축이 남아 있 으며,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절골이라 하고,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를 부처바위라고 부르고 있다.

찾아가는 길은 향림사 앞에서 차량으로 5분 정도 올라가다 보면 도로 오른쪽 바로 옆에 푸짐한 집이라는 식당이 나온 다. 이 식당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비봉산 방향으로 시멘트 포장도로를 10m 정도 올라가면 도로 오른쪽 바로 옆에 작 은 묘지가 보이는데, 이 묘지와 작은 골짜기를 가로질러 나아가면 훼손된 닭장과 묘지가 또 하나 나온다. 이 묘지에서 골짜기 방향으로 자세히 보면 사람이 다녔던 희미한 흔적이 보이는데, 이 희미한 길을 따라가면 얼마 걸리지 않아 돌로 쌓은 축대에 이르게 된다. 이동 시간은 주차장에서 약 20분 정도 걸린다.

향림사 옛터 미애여래좌상 ⓒ순천광장신문
향림사 옛터 미애여래좌상 ⓒ순천광장신문

1966년 11월에 마애여래좌상이 있는 비봉산 중턱에서 현재 향림사가 있는 곳으로 대웅전을 옮기고, 보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마애여래좌상은 높이 2.7m, 폭 3.6m인 바위에 크기 1.6m, 어깨 폭 0.8m, 무릎 폭 1.1m로 양각해 새긴 불상이다.

두산백과사전에는 이 마애여래좌상에 관해 “귀는 길게 늘어져 어깨에 닿으며, 턱의 형태로 보아 목이 아주 짧아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써 놓았다. 또한 “파손으로 인해 세부양식을 파악하기 힘들어 조성 시기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고부조의 조각기법, 어깨까지 내려온 귀, 짧은 목, 넓은 무릎 등으로 볼 때 고려 후기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어떤 연유로 보기 흉할 정도로 심하게 훼손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현장 답사 때 이 마애여래좌상 상태는 보 기에 불편할 정도로 훼손되어 형체만 겨우 보존돼 있어 안타까움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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