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생명평화음악회를 보고

김계수 편집위원
김계수 편집위원

지난달 27일 순천만정원 습지센터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흑두루미의 날 기념행사의 하나로 열린 이날 음악회는 작곡가이자 가수이기도 한 순천대 박성훈 교수가 최근에 낸 음반 〈사이언스 월든〉에 실린 노래 부르기가 중심이었 다.

그리고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허윤정 트리오가 보조 출연하였고, 농부 두 명과 생태전문가와 함께하는 이야기 마 당도 있었다. 나는 농부 시인 서정홍 선생과 함께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되었다.

무대는 습지센터 1층 로비에 마련되었다. 그림을 그린 뻘배 여러 개를 세워 무대 배경을 꾸미고 앞쪽은 최근 소비 부진 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 농가에서 소박한 질그릇 화분들을 구입해서 늘어 놓았다. 객석은 간이 의자 30여 개로 채워졌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흔한 현수막 하나 내걸지 않았다. 행사가 끝나면 화분은 무료나눔을 하는 권분가게에 기부할 거였다. 전문 공연장이 아니어서 소리의 울림이 많았지만 멋지게 꾸며진 무대였다.

음반 〈사이언스 월든〉은 서정성과 생태적 감성이 가득한 시와, 가수가 생태적 사유를 담아서 쓴 노랫말들에 본인이 모두 곡을 만들어 부른 노래 10곡이 들어 있다. 제법 풍성하게 구성된 밴드의 반주에 맞춰 맑고 푸른 목소리로 들려준 노래들은 잔잔한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기고 세태에 찌든 마음을 씻어주는 듯하다.

가수 박성훈은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 잦은 회의만으로도 바쁜 몸으로 음악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음반도 이미 몇 개를 냈다.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듯하다. 자신의 노래를 필요로 하는 어떤 행사장이라도 거리를 불문하고 달려가 재능을 기꺼이 나누는 그는 분명히 보기 드문 부자다. 자신의 최종학력을 귀농학교 졸업이라 할 만큼 농부 되기를 꿈꿨던 그는 향리에서 시 쓰고 농사짓는 이들을 좋아하고 교분을 이어가고 있다.

시라는 게 시대의 과제를 압축과 상징을 통해 드러내는 일이라면 그는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 오래전부터 이미 뛰어난 시인이다. 이야기마당에서 그가 이 땅에서 농부로 사는 것은 가난을 선택하는 것일진대 가난을 어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요즘 말로 훅 들어온 질문이다.

농사꾼인 나는 정말 가난한가? 방이 세 개 딸린 집에서 둘이 살고, 전기로 난방을 하고, 방 하나는 옷으로 가득 차서 뒤적이다 보면 ‘이런 옷도 있었지’ 할 때가 있다. 남은 음식 이 오래돼 퇴비로 버리거나 개한테 줄 때도 있고, 트랙터로 땅을 갈고 맘만 먹으면 차를 끌고 어디든 갈 수 있는데 이게 가난인가? 기후위기에 단단히 한몫할 만 큼 소비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그런데 우리는 정말 부유한가? 코로나19 여파로 음식 배달은 전년보다 75%, 택배 물량은 20%가량 늘었다고 한다. 코 로나가 뜻밖에 가정을 조금 복원해 주나 싶었지만 사람들은 먹고사는 문제를 여전히 시장을 통해 외부에서 해결한 것이다. 밥 짓는 능력은 있지만 의지가 없는 것 또한 자급 능력의 분명한 감퇴라 해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식의주를 포함해 교육, 의료 등 모든 삶의 수요를 시장을 통해 해결한다. 심지어 언어생활에서도 나라말로 모자라 외국말을 마구 끌어다 쓴다. 국가 사회는 많은 문제를 해외에 기대어 해결하려 한다. 개인과 사회 모두가 자급 능력을 잃어가고 있고 그 결과는 기후위기로 다가온다.

상대적 빈곤이라는 말은 빈곤보다는 경제적 불평등을 설명하기 위한 학술적 개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모르는 사이에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가진 자보다 덜 가진 것을 빈곤으로 인식하게 하고, 결코 해소될 수 없는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모든 노력을 정당화하고 분투하도록 조장하지는 않았을까?

농사꾼으로서 나는 상대적으로 빈곤할 뿐 물질적으로는 결 코 가난하지 않지만 자급 능력은 턱없이 모자란다. 하물며 도시인들이야. 바야흐로 기후위기 시대에 빈곤의 개념 또한 구매력이 아닌 자급 능력을 기준으로 다시 정립되어야 하지 않을까. 음악회로 인해 가난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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