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에게서 연락이 왔다.

  비대면 졸업식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거라더니 역시나 예상대로 됐다. 2.5 단계로 상향 조정되어 1, 2학년 대표 학생들 참석도 없애고 졸업생 중 학생회 임원과 수상 대상자 가운데 최소 인원만 참석하는 랜선 졸업식으로 바꿨단다. 불참 졸업생들에게 졸업장과 상장 등을 학교에서 일괄 우편 발송한단다.

  “참석해야지. 공로상도 받고.”

  “공로상을 제가요?”

  으레 학생회장에게 주는 상이지만 대외적으로 학교를 빛낸 공적이 아주 많아 기우 또한 받게 된 거라며 추켜세운다. 기우는 비대면으로 치러진 전통 있는 전국 학생미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차세대를 대표할 만한 작가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여타 미술대학에서 ‘우리 대학에 오길’ 바라는 정도였다. 한·예·종 미술원에 진학한 상태다.

  “샘은 그림 잘 그리는 네가 부럽다.” 며 덧붙이길,

  “졸업생 모두 참석해서 좀 떠들썩하게 하면 좋겠지만, 상황이 그러잖아. 밀가루 뿌리고, 교복 찢고 하는 건 좀 아니지만 아이들끼리 사진 찍고 헹가래도 치면서 축제 분위기로 학교가 들썩 들썩하면 좋겠는데… 샘은 예전의 그런 모습이 그립다. 너도 그렇지?”

  하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학교는 우왕좌왕, 들쑥날쑥, 갈팡질팡했다. 수능 이전 3학년 교실이야 애당초 긴장감이 흐르지만, 1, 2학년 수업은 느슨하고 헐렁하고 엉망이라고 느끼기에 충분했다. 1, 2학년 때 하던 특기·적성, 동아리 활동은 모두 금지됐고 계기교육도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미술실, 과학실, 컴퓨터실, 도서관 등의 폐쇄를 보면서 학교는 교실이건 특별실이건 닫기에만 급급해 보였다. 하려면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다는 인상이 짙었다. 특히 만화 일러스트 동아리 후배들 불만이 컸다.

  더욱이나, 대입까지 마치고 펑펑 놀다가 졸업식 하러 학교에 가는 게 내키지 않았다. 사실, 참석하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그날, 30일째인 여자 친구 민지와 졸업을 자 축하기 위해서다. 민지가 있는 K시 까지 1시간 정도 버스를 타야 했다. 돌아오려면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일단, 버티기 로 한다.

  “…쌤, 안 가면 안 돼요?”

  우물쭈물하는 인상을 받은 듯 담임이 되묻는다.

  “뭔 일 있니?”

  “꼭 그런 건 아니지만…요.”

  “참석하는 걸로 알겠다.”

  “근데, 쌤. 제가 그날 약속이 있어요.”

  “졸업식 참석보다 더 중요한 약속이 뭔데?”

  여자 친구 만날 약속이라 하면 담임에 대한, 더 나아가 학교에 대한 모독으로 여길 터다. 기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도 그렇지만 3년 동안 학교와 선생님들에 대한 실망감이 쌓였다.

  “여친 만나기로 했거든요.”

  “너, 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이왕 엎질러진 물이다. 기우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우리들을 아예 학교 밖으로 내몰았잖아요? 코로나19 핑계 대고.”

  “이기우, 학교가 뭐냐? 너에겐.”

  “쌤한테 제가 묻고 싶은데요, ‘학교가 뭐냐?’고.”

 

소설가 한상준. 전북 고창 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해리댁의 망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소설집 『오래된 잉태』 ,『강진만』,『푸른농약사는 푸르다』, 산문집 『다시, 학교를 다자인하다』
소설가 한상준. 전북 고창 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해리댁의 망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소설집 『오래된 잉태』 ,『강진만』,『푸른농약사는 푸르다』, 산문집 『다시, 학교를 다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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