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걷기. 높은 수준으로 바뀌는 것.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진영 논리로 보수와 진보를 나눌 때, 사회의 변화 발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영을 진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억압받고 있을 때는 자유를 쟁취하려 하고,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보일 것이다.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행동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이 진보라고 생각된다. 대체로 진보에 속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생각은 상대적으로 더 열려있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진보라는 개념이 현실에 적용될 때, 명확히 선을 긋기가 힘들다. 좌와 우의 개념은 그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준에 따라 좌우는 바뀔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진보와 보수도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극우 인사들에겐 자신의 왼쪽에 있는 사람들은 다 진보로 보일 수 있다. 물론 그들은 진보라는 좋은 말을 쓰기 싫어해서 좌파나 빨갱이라고 한다. 

한편, ‘A가 진보적인 사람이다’라고 해도 그의 생각과 행동이 다 진보적일 수는 없고, 어떤 사람의 눈에는 진보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여성 진보 인사가 ‘진보 진영의 남자들도 집에서는 다 보수적이다’라고 한 말에 적어도 내 아내는 격한 공감을 보냈다. 

또한 어떤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는 진보적일 수 있으나, 지지하는 정당은 보수 정당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진보 진영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질 수도 없고, 모든 사안에 같은 의견을 가질 수도 없다. 그리고, 어디까지가 진보인지 정할 수도 없다. 

하물며, 진보는 착한 사람들을 지칭하거나 더 도덕적인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보니까 더 도덕적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은 진보나 보수나 같은 기준이어야 한다. 물론, 정치인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진보나 보수 모두 같은 기준이어야 한다. 진보 세력의 한 구성원이 물의를 일으켰을 때, 조직 전체가 더 큰 타격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당연히 비난받아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일로 전체가 타격을 받는 일이 진보 정당에는 더 두드러지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더 도덕적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더 도덕적인 정당이어서 그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물론 도덕성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당 안의 모든 구성원이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래도, 기존 정당과는 다르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다. 꼭 진보여서가 아니라, 젊은 정당이고, 깨끗한 이미지가 있었기에 더 타격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도 진보에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프레임은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것은 자칫하면 양비론으로 흘러 정치 무관심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진보적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도 상대적으로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개개인의 부도덕 때문에 전체가 위축되고,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물론 사건이 생겼을 때, 투명하게 처리하고 잘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너무 당연해서 더 강조하진 않겠다.

진보 진영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다 보니, 도덕성과 크게 상관없는 것까지 비난받는 경우가 있다.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도 자식을 해외 유학 보낼 수 있고, 외제 차를 탈 수 있다. 물론 평소에 하는 말과 다른 행동으로 실망을 주는 것은 욕먹어도 싸다. 비겁하게 살지는 말자. 법을 어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도 주지 말자. 그런 범위에서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삶을 더 누렸으면 좋겠다. 지킬 건 좀 지키면서…

박용하 편집위원, 소나무한의원 원장
박용하 편집위원, 소나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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