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그런데 이뤄졌다. 회사 내 동아리는 이형기 대리와 주 과장이 주축인 ‘가투’가 그나마 활성화되어 있다. ‘가치 있게 투자한다’는 주식투자 동아리다. 회사는 동아리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나, 기대만큼 활발하진 않다. 이 대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주식시장이 강세장인 터 공부 필요성이 있다며 회사에 일타강사를 초빙 요청했다. ‘가투’와만 좌담 형식으로 초일류 컨설턴트와 만나게 되었다. 파격이라 여겼지만 회사 논리는 분명했다. 복지 에센스라는 거였다.
“열두 분 앞에서 강의하기는 첨입니다. 대기업이라지만, 상상 초월입니다. 주식시장의 핫 이슈에 대해 먼저 짚어 보지요.”
“엑슨모빌이 다우지수에서 퇴출된 거 아닐까요?”
엑슨모빌이 3분기 내내 이익 내지 못한 데도 투자액을 늘렸다. 액티브(Ative)한 투자 성향을 염두에 둔 질의다.
“이형기 대리가 엑슨모빌에 투자하셨나 보네요. 석유정제 산업체인 여러분 회사의 전망도 예측할 수 있는 상징성 지닌 이슈라고 봅니다. 엑슨모빌과 석유산업의 앞날에 대해 이해되어 있겠지만 간략하게 짚어 보자면…,”
‘현대 산업사회의 혈액’ 같은 석유¹가 곧 고갈될 거란 주장은 줄곧 있었다. 미국 쉘연구소 지질학자 하버트(King Hubbert)는 1970년대 이후엔 석유 생산량이 감소하고 곧 고갈될 거라고 외쳐댔다. 1956년부터다. 2010년을 정점으로 석유 생산이 내리막길 걷게 될 거라는 국내 몇몇 교수의 주장 역시 미국이 수압파쇄법을 고도화하여 셰일혁명을 일으키자 더는 논할 여지가 없어졌다는 게 주류 견해다. 셰일혁명에 의해 가격이 떨어지는데 엑슨모빌은 해외 원유개발 투자 등으로 결국 40% 가까운 주가 하락을 보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석유 소비가 줄면서 엑슨모빌 가치는 더 떨어졌고 특히 기술주 비중을 중시하는 다우지수가 기술주 비중 유지를 위해 세일즈포스(Salesforce)를 택했다². 그러나, 엑슨모빌 주가 하락이나 다우지수 퇴출 이유로 석유시대의 종말, 석유자본의 파산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 토탈,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 로얄 더치 쉘, 셰브론 등은 어쨌거나 영업 이익을 냈다³. 엑슨모빌 투자액을 늘려도 되리라 보는데, 패시브(Pacive) 투자하라는 요지다.
“엑슨모빌도 감원과 투자 회수 등을 거치면 회복세 탈 거라, 보는 건가요?”
위 석유 메이저가 인력 감축과 생산비 절감으로 얻은 이익임을 주 과장 또한 알고 있다.
“에너지원 전환이 2,30년 사이에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지요.”
“세계 승용차 및 소형 상용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율이 2030년에 34%, 2050년에 95%에 이른다⁴고 보고 있는데, 투자 변수는 미래 먹거리 여부잖아요?”
“석유 동력에서 에너지원 대체 변환을 2050년 이후로 볼 때, 2030년 즈음으로 보는 경향도 있지만, 엑슨모빌의 BPS(Book-value Per Share)가 급격히 요동치진 않을 거라는 거지요.”
주 과장은 초일류 컨설턴트 역시 이 대리의 투자 감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다. 엑슨모빌은 아니라고 여긴다.
-석기시대가돌이부족해서끝나지않았듯이석유가모자라지않아도석유시대는끝날것이다.⁵
사흘 뒤, 이 대리가 주 과장에게 메세지 보내고 엑슨모빌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석유시대의 종말은 동력원 대체로부터가 아닌 주식시장에서 오고 있었다. 석유 메이저들 주가는 추락세를 면치 못했다. 주 과장도 몽땅 털었다고 문자를 보냈다.
1.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P4, 이필렬, 녹색평론사, 2002.
2. “액슨모빌의 퇴출에서 바라보는 시대의 변화” Hoi Tube, 2020.9.3.
3. “다른 석유메이저는 이익 내는데…엑슨모빌만 '3분기 연속 적자' 왜?” <한국경제> 2020.10.31.
4. “석유시대 끝났다…작년이 정점, 코로나 이전 못갈 것” 파이낸셜뉴스. 2020.9.14.
5. 셰이크 아흐메드 자키 야마니 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 2000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