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하나가 이렇게 큰 힘을 발휘할 줄 몰랐다. 대다수 조례와 달리 구체적인 숫자로 규정한 ‘2km’는 풍력발전을 추진할 수 없게 만들었다. 시의원의 힘은 막강하다.

2019년 개정한 순천시의 도시계획조례에는 “풍력 발전 시설은 도로, 5호 이상 주거밀집지역, 축사로부터 각각 2,000M 이내에 입지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라고 못 박았다. 몇몇 시의원들이 작년 12월에 ‘1km 이상 지역으로 거주 세대 모두의 동의가 있으면 예외로 한다’라는 예외 조항을 첨가하려고 했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자, 조례 개정을 보류했다. 해가 바뀌자 다시 찬반양론이 격돌하고 있다.

풍력발전기가 돌면서 발생하는 소음은 일반적인 생활 소음과 다르다. 도로, 철도, 항공기 등의 교통 소음보다 ‘성가심 반응’이 더 높다. 성가심 반응은 스트레스와 상관성이 높은데, 음향학적 인자와 함께 경제적 이익, 사고방식 및 공정성, 시각적 영향 등 주관적 요인이 깊게 개입한다고 조사되었다.

풍력 소음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 소음원에서 멀어질수록 소음이 낮아진다는 ‘거리 감쇠’ 효과에 주목한다. 수십 년간 풍력발전을 해온 나라들은 거리 감쇠 효과에 근거하여 발전 시설을 짓는다. 프랑스의학협회, 영국소음학협회, 미국생물과소리환경협회 등은 1.5km를 이격거리로 권고한다. 하지만, 주요 국가에서 논의되는 이격거리는 권고사항일 뿐이다. 이격거리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실제 풍력 소음은 거리만이 아니라 발전 단지의 규모나 주변 지형, 기상 조건 등 복잡한 요인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부분 가청음을 기준으로 허가 기준을 정하고 있다. 더구나 풍력 소음이 일으키는 성가심 반응은 객관적인 수치로 특정하기 어렵다. 주관적인 부분이 강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에너지의 중심을 석탄화력에서 신재생에너지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여야 한다. 한국은 손 놓고 있었기에 무려 60~70% 줄여야 한다. 피할 수 없고 다급하다.

전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시설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지만, 누구도 신재생에너지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결국 추진 주체와 과정이 문제라는 얘기다. 지역의 공유재 성격이 강한 '바람'이 개발 사업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주민은 소음이나 경관 훼손 등 악영향만 받게 된다면 그런 개발은 안 하는 게 낫다.

지금 우리는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해서 더 '잘' 살고자 하는 게 아니다. 공멸할 처지인 모든 생명체와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함께 살자는 목적에 맞게 재생에너지의 개발 전 과정이 ‘함께’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진행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절차상의 공정성'과 '분배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재생에너지를 아무리 많이 개발한다 해도 '함께' 살 수는 없다. 누구는 웃고 누구는 배 아파하면 결국엔 실패다. 함께 살자는 목적이 사라진 재생에너지 개발은 막가파식 몰아붙이기에 다름 아니다.

도시계획조례에 ‘1km 예외조항’을 첨가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주체를 해당 주민으로 한정하자. 소음과 경관, 개발 과정 등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피해 보는 자와 이익을 얻는 자를 같게 하는 것이다. 민관이 동의하는 공정성의 확보가 필요하다. 순천은 생태수도로 재생에너지 개발을 기회로 '함께' 사는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있다.

덴마크 삼쇠섬, 스웨덴 베이윈드에너지협동조합, 독일 풍력거래세, 제주 풍력공유화기금, 서울 태양광시민펀드 등을 참고하자. 시민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전력 소비자의 역할을 넘어 직간접적 생산자로서 에너지 문제의 주체로 서는 것이다. 시민이 재생에너지 사업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시청과 시의회의 내실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프로젝트팀을 구축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여 시민들의 체계적인 참여를 조직하자.

갈등은 희망의 씨앗이다. 결국, 정치다.

이정우 편집위원, 민들레한의원 원장
이정우 편집위원, 민들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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