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직장을 얻었다. 이제 착실히 일하며 저축하면 내 집을 마련하고 살 수 있다. 취미생활도, 여행도 할 수 있다. 당연한 바람이다. 그게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내 집은 75년을 모아야 한단다. 100살이 되어야 내 집을 살 수 있는 돈을 모을 수 있단다. 방법은 은행에서 대출받는 수밖에 없다. 형식은 내 집인데 월세 주며 사는 꼴이다. 말 그대로 집을 이고 산다. 꿈이 사라진다. 완전한 비정상이다.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지역에서 신규로 분양되는 아파트가 평당 1천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한다. 이래선 정상적으로 일해서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허황된 꿈이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기 보다 진짜 로또를 사거나 로또 같은 아파트 청약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재산가치가 높아지니 좋은 것일까? 그 건 두 채 이상 가진 사람들 만의 이야기다. 집 한 채 가진 사람에겐 부가가치가 아닌 부담이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자금, 수도권에서 부동산 투자로 재미 본 사람들이 이제 지역의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모양이다. 그걸 기회로 건설사는 슬그머니 분양가를 높인다. 투자가에게 높은 분양가는 문제가 안된다. 고맙게도 건설사가 경쟁하듯 분양가를 높이니 최소한 손해는 없다. 결국 정말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만 피해를 본다. 실제 건축비보다 훨씬 높게 책정한 분양가의 차액은 건설사와 투기할 여력이 있는 자본가들의 몫이다.

문제는 살 만한 집이 그 실제 가치보다 너무 높은 가격으로 공급되는 것이다. 그게 거품이다. 거품은 언젠가는 부서진다. 그 피해는 열심히 일하는 시민들의 몫이다.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아파트 시장구조, 토건친화적 정책환경에 기인한다.

수억, 수십억이 드는 아파트를 지어지지도 않았는데 사고 판다. 아파트 선분양 제도다. 과자 하나를 사도 가격을 비교하고 성분을 따지는데 유독 아파트는 묻지 마 거래가 당연시되고 있다. 선분양제도에서 분양가는 공급자가 정한다. 소비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시장구조에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분양가상한제도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박근혜 정부 때 폐지해 버렸단다. 아파트 분양주체가 맘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인데도 그마저도 없애 버렸다. 공급자들만 날개를 달았다.

아파트 가격은 토지비와 건축비 그리고 홍보 등의 부대비용, 이윤으로 구성된다. 분양가 상한액은 건설원가와 건설사의 적정이윤을 보장하는 선에서 결정될 수 있다. 그러니 누구도 손해가 아니다. 실제 분양가상한제 시행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해서 너무 당연한 분양가 상한제도는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개인이 집을 지을 때는 땅값, 건축비, 세금 등이 계산이 된다. 거기에 맞춰 집을 짓는다. 그런데 유독 아파트는 그 원가가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는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내가 제시하는 가격에 사란다. 그래서야 합리적인 가격이 책정될 수 없다. 때문에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가격이 적정한지 소비자도 알 수 있어야 한다. 경쟁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해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또한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분양가 상한제가 현행 선분양제도에서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에 개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면 분양원가 공개제도는 소비자 입장에서의 최소한의 장치이다. 지금처럼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잡고 나아가 커지는 거품과 그 붕괴로 인한 다수 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주택가격과 관련한 또 하나의 방법은 공공주택의 공급이다. 공공이 적정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사기업과 경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임대주택도 필요하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의 일반을 대상으로 한 공공주택의 공급을 통해 합리적인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도 그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이 집 값 때문에 꿈을 접어야 하고 집이 살아갈 공간이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문제가 버젓한데 공공이 제대로 만든 주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시장개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집 값 때문에 열심히 일 할 의욕을 갖지 못하고 일확천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의 지속은 다가올 부동산 버블의 붕괴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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