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연이 미적거린 데다가 급식실이 좁은 탓이기도 하지만 이번 달은 3학년→1학년→2학년 순으로 급식하기에 2학년인 연주와 세연은 빈자리 찾기가 수월하지 않다. 그럴 때면, 샘들 식탁 쪽 빈자리에 앉기도 한다. 연주와 세연이 1학년 담임 세 분 샘들 옆에 앉으며 목례한다. 받는 둥 마는 둥 식사하면서 대화 나누던 샘 중 한 분의 말을 언뜻 듣고 연주는 귀를 의심한다. ‘…그러니까? 쌀만 친환경이면 뭐해.’ 하는 좀 화가 묻은 듯한 발언 때문이다. 그럼, 국과 반찬은 친환경이지 않다는 건가?

“들었지, 너도. 쌀만 친환경이라잖아?”

샘들이 자리를 뜨자마자 연주가 호들갑 떤다.

“양념류가 친환경 아니라는 이야기야.”

연주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배추, 고추, 상추, 무 등등 채소도 친환경이라고 했잖아, 니가?”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은 친환경 아니라는 거지.”

“그럼 뭐야?”

연주는 이해가 될 듯 말 듯하다. 딴은, 자존심도 상한다. 모르는 게 없는 세연이다. 환경 문제에 관한 한 세연은 학교에서 단연 짱, 상징이다. 거기에 급식 문제까지.

“된장, 고추장, 간장이 양념류잖아. 그걸로 국과 반찬 만들고. 그런데 그 원재료가 수입산이고, 그게 GMO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야.”

GMO에 대해 수업 시간에 들은 적 있다.

“된장국의 된장, 떡볶이 고추장이 GMO일 수 있다는 거네, 그럼.”

“응”

연주는 짧게 대답하는 세연이 좀 의아스럽다.

“근데, 너는 왜 이 문제에 대해선 나서지 않아?”

기후위기에 대해 늘 센 주장을 팍팍 내지르는 세연이다. 다시 다그친다.

“GMO는 지금 먹는 거고 기후위기는 좀 나중이잖아. 안 그래?”

“….”

말없이 밥 먹던 세연과 헤어져 자기 반으로 돌아와서도 연주는 궁금하다. 학교 밖, ‘미래를 위한 금요일’ 모임엔 앞장서면서 학교 안, 문제점에 대해선 입 다물고 있는 세연을 이해할 수 없다. 일종의 경쟁의식이 연주의 내면을 자극한다. 연주는 급기야, 이 문제를 붙들고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다.

초빙교장 샘은 좀 달랐다. 교장실은 언제든 열려 있으니 오라, 했다. 학생회 임원들을 교장실로 불러 세 차례 만남을 가졌고, 학생회 차원에서 건의한 몇 가지를 해결해주기도 혹은 어려운 이유를 말해주기도 했다. 하교하기 전 교장실로 갔다. 마침 교장 샘 혼자다.

“어서 와요. 학생회 생활부장님이지? 무슨 좋은 이야기 있어요.”

오늘 알게 된 사항에 대해 다짜고짜 물었다. 교장 샘 설명은 이랬다.

학교 차원에서 논의했던 문제다. 급식비 일이백 원 올려서는 해결 안 된다. 큰 폭 인상은 학부모 동의도 쉽지 않다. 다른 학교와 급식비 차이에 따른 형평성도 문제를 어렵게 한다. 시청과 교육청에 개선을 요구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며 회피한다…설명 듣고 고개 끄덕이면서도, 돈 때문에 우리에게 GMO 먹인다는 거네요, 그럼.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입가를 맴돌았다. 함에도 교장실을 나오고 말았다. 연주는 지금 속상하다.

소설가 한상준. 전북 고창 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해리댁의 망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소설집 『오래된 잉태』 ,『강진만』,『푸른농약사는 푸르다』, 산문집 『다시, 학교를 다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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