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00% 동의 전제’ 이격거리 1km 예외조항 삽입

찬반 양쪽, 집회·기자회견·현수막으로 주민 갈등 고조

 

'예외조항' 둔 순천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입법예고되자 순천시민들이 찬반 양쪽으로 나뉘어 집회나 기자회견을 열거나 현수막을 내걸고 대립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예외조항' 둔 순천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입법예고되자 순천시민들이 찬반 양쪽으로 나뉘어 집회나 기자회견을 열거나 현수막을 내걸고 대립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풍력발전단지를 둘러싼 갈등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3일 이명옥 순천시의원이 2km 이격거리에 예외조항을 둔 ‘순천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 조례안(개정 조례안)을 제출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이 개정 조례안은 이 의원이 발의하고 김미현·강형구·이영란·박계수·박종호·최병배·박혜정 시의원 등이 동의했다. 단 하나의 예외조항을 두기 위해 개정 조례안이 발의됐고, 이미 발의 전부터 단서조항 또는 예외조항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일 순천만 국가정원 서문 앞 잔디밭에서‘2km로 제한한 이격거리를 다시 800m로 축소하려 한다’며 승주읍, 낙안면, 상사면, 월등면 주민들은 ‘순천 풍력발전단지 설치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 이름으로 순천시의회(시의회)를 규탄했다.

이후 지난달 23일 ‘다만, 축사가 없는 지역으로서 입지장소까지의 거리 내 모든 주민의 합의가 있는 경우 예외로 한다’는 예외조항을 두는 것으로 개정 조례안이 성안되고 있었다. 당시 승주읍(32명)·별량면(15명)·주암면(38명) 이장단이 성명을 내고 이를 반대했다.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전문위원에 따르면, 이 예외조항을 둔 개정 조례안은 동의할 시의원 5명을 채우지 못해 발의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3일 발의된 개정 조례안에는 제20조의 2(발전시설에 대한 허가의 기준) 3항 ‘풍력발전시설은 도로, 5호 이상 주거 밀집지역, 축사로부터 각각 2,000m 이내에 입지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조항에서 ‘도로’를 삭제하고 그 뒤에 ‘다만, 1,000m 이상 지역으로서 입지장소까지의 거리 내 모든 실거주 세대의 동의가 있는 경우 예외로 한다’는 예외조항을 넣었다.

이 단 하나 예외조항으로 풍력발전단지 입지가 이미 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지난 8일 오전 순천시청 앞에서 ‘송광면 풍력발전참여 주민일동’ 명의로 집회를 열고 찬성하는 뜻을 밝혀, 송광면 구룡리 일대 마을을 염두에 두고 개정 조례안이 성안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허유인 시의회 의장도 확인했다. 허 의장은 “지난해 6월 10일 이격거리 2km 조항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송광면 주민들이 찾아왔다”며 “현재 개정 조례안이 그때부터 준비됐다”고 밝혔다.

허 의장은 “지난해 7월 1일 자로 시행 예정인 ‘이격거리 1km’ 조항이 시행되기도 전에 개정됐다”면서 “국회도 마찬가지지만 의원들은 ‘번안’이나 ‘자기부정’을 가장 싫어한다”고 당시 개정을 꼬집었다.

최충희 송광면 주민 대표는 “2018년부터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게끔 추진하던 중 2019년 조례가 개정돼 2km로 늘어나면서 사업이 불가능해졌다”며 “주민참여형이다 보니까 주민 모두가 참여해서 농가 소득이 조금 더 늘어나고 고령화로 일할 수 없는 분들에게 이익이 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번 풀어주면 다른 곳도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타 시나 승주, 월등 주민들이 반대한다. 반대하면 안 하면 된다”고 하면서 “축사 같은 건 놔두고 단 주민참여형이었을 때 허용해달라. 지역 특성상 지역에 맞게끔 정책을 펴달라”고 요구했다.

송광면 주민에 따르면, 몇 년 전 주민들과 사업자 측에서 구룡리 7개 마을 주민에게 주민등록상 향후 20년 간 매달 소정액을 지원하고, 인근 송광면 주민들에게 매년 발전기금을 주는 방향으로 진척된 바 있다. 이는 향후 개정 조례안 통과 여부에 따라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이에 반대하는 쪽에서도 9일 오전 순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 조례안 추진에 반발했다. 승주읍·주암면 이장단, 별량면 이장 56명과 순천시 농민회, 순천시 여성농민회 등이 대책위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 “시의회는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하고 7명 의원 동의를 받아 이명옥 의원 발의로 12월 4일 입법예고를 했다”며 “생태도시 순천이 전국적 풍력발전단지가 되어 저주파가 뇌를 흔들어 대고 심장을 꿰뚫어 가는 처참한 황무지로 변질되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조례 개악 중단’을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2018년 8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풍력발전 전기사업 허가가 난 곳은 승주읍 도정리 2곳과 두월리, 서면 비월리, 월등면 계월리, 낙안면 창녕리와 삼거동까지 모두 7곳이다. 또한 허가 난 7곳을 포함해 별량면 대룡리, 외서면 쌍율리와 반룡리, 상사면 초곡리, 월등면 신월리, 승주읍 월계리, 유흥리 등 13곳에 풍력발전기 설치를 위한 계측기가 설치돼 있다.

이에 대책위는 “전국 최대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려는 작업이 주민들도 모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대책위를 조직하고 시의회로 하여금 이격거리 2km라는 조례를 개정해 저들의 음모를 봉쇄할 수 있었다”고 지난해 조례 개정 취지를 밝혔다.

이처럼 풍력발전기 설치와 관련한 이격거리를 두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시의회는 11일 찬반 양측 대표가 참여하는 도시건설위원회(도건위) 간담회를 거쳐 14일 도건위 안건 심의, 21일 본회의 의결 일정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손용권 대책위원장은 “11일 간담회는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요식행위”라며 참석을 거부하면서 간담회 개최는 어렵게 됐다.

다만, 허 의장은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쪽에서 공청회나 간담회를 요구하면 하겠다”면서 “(도건위 의결을) 최대한 만류하고 있는데 혹시 도건위에서 통과된다면 최대한 검토하고 (시의원들에게) 알려서 본회의 상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비록 끝을 흐렸지만 입장을 밝혔다. 다만, 허 의장은 집회와 명예훼손 여지 있는 현수막 내거는 것 자제를 조건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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