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해외, 국내 사례 많아

이정우 민들레한의원 원장, 순천광장신문 편집위원
이정우 민들레한의원 원장, 순천광장신문 편집위원
순천시 주암 자원순환센터 내 모습. (출처: 전남일보)
순천시 주암 자원순환센터 내 모습 (출처: 전남일보)

순천시는 쓰레기 처리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 쓰레기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년 전 쓰레기 문제 공론화를 통해 매립장 추가 확보가 시급하다고 결론을 내린 후, 아직 입지 선정조차 못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2~3년 이내에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과정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아니다. 시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정해진 절차를 밟는 과정을 문제 삼을 사람은 없다. 진짜 문제는 해결방안이 구태의연하고 지향점이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2년 동안 45% 급증

생활 쓰레기 문제의 핵심은 적게 버리고, 많이 재활용하고 매립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순천시의 연간 쓰레기 발생량은 2017년 약 7만6천 톤에서 2019년 약 7만9천 톤으로 5% 조금 못 되게 증가했다. 그런데 생활 쓰레기는 2년 동안 2만3천여 톤에서 3만4천여 톤으로 45% 이상 급격하게 증가했다. 반면에 재활용 쓰레기는 1만1천여 톤에서 8천7백여 톤으로 23% 감소했다. 쓰레기는 많이 버리고, 재활용은 적게 한 것이다.

적게 버리고 많이 재활용할 방법을 모색하는 시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쓰레기 문제의 핵심은 놔두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더 관심을 둔다. 쓰레기 문제 공론화 이후 폐기물처리시설 입지 선정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입지선정위원회에서는 4곳을 후보지로 선정하였고, 연내 마무리를 짓겠다고 한다. 대표적인 혐오 시설인 쓰레기 처리장을 달가워할 주민은 없다.

시장이 직접 주민 설득

급격한 도시화 이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는 예전부터 골칫덩어리였다. 하지만 이미 30년 전에 획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한 곳이 있다. 오스트리아 빈이다.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은 시외 후미진 곳이 아니라 시내 중심에 있다. 그 당시에도 시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하지만 시장이 직접 나서서 1년 이상 꾸준히 시민들을 설득했다. 그는 시 외곽에 설치하면 많은 물류비용이 들며,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열과 전기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악취와 오염물을 최소화한 예술작품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빈이 낳은 거장 훈데르트바서에게 소각장 설치비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해서 혐오 시설을 예술 작품으로 끌어올렸다. 지금은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산업시찰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덴마크의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는 쓰레기 소각장이다. 지난해부터 가동한 이곳은 수도 코펜하겐의 도심에 인접해있다. 발전소 옥상은 스키장과 등반로로 활용하고 있다. 외벽에는 인공 암벽을 설치하였고, 굴뚝 꼭대기에는 전망대를 설치했다.

도심 쓰레기 외곽 처리 그만

순천시에 거창한 상상력과 기발한 창의력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이미 모범 사례가 충분히 있다. 국내 여러 곳에서도 이미 도심에 쓰레기 처리장을 설치했다. 경기 하남 유니온파크&타워, 아산 환경과학공원, 익산문화체육센터 등이 그곳이다. 또 세종시도 친환경종합타운(폐기물처리시설과 주민지원시설 등을 집약한 친환경종합타운)을 2024년까지 조성하려 한다.

순천시도 쓰레기 소각장을 도심에 짓자. 도심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외곽에서 처리하는 관행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쓰레기 발생지 중심에서 처리하는 것이 맞다. 오천지구나 신월지구, 첨단산업지구 등을 찾아보자. 시민이 가까이 볼 수 있는 쓰레기 소각장은 그 자체로 쓰레기 발생 억제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환경친화적인 시설로 만들어야 하고 주민편의시설과 연계지어야 하며 미관은 수려해서 찾아가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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