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민간위탁’으로 쫓겨날 초등 돌봄전담사

‘하루 14시간 노동’에 과로사 하는 택배노동자

학교비정규직노조는 10월 27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초등 돌봄전담사 지자체 이관 반대, 상시전일제 전환 등을 촉구하며  1차 파업 예고와 함께 삭발하고 있다. (출처 : 민주노총 서비스산업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학교비정규직노조는 10월 27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초등 돌봄전담사 지자체 이관 반대, 상시전일제 전환 등을 촉구하며  1차 파업 예고와 함께 삭발하고 있다. (출처 : 민주노총 서비스산업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지난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50년 전 노동자들을 위해 ‘근로기준법 준수’를 촉구하며 산화한 날이다. 정확히 50년이 흐른 2020년 11월 한국 노동자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대표적으로 시대와 정치지형이 크게 달라졌다. 1970년 이후로 1980년 5.18민중항쟁, 1987년 6월항쟁을 거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 시대를 맞이해 이전 군사쿠데타와 군부독재, 유신정권 시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게다가 2016년 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촛불항쟁이 일어나 정권을 바꾸는 대역사를 만들어냈다.

또한 1970년 20대 청년 전태일과 함께했던 노동자들은 산업화 시대를 지나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면서 민주노조 시대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조직화됐고, 노동3권이 보장되는 시대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하지만 1996년 노동법 날치기,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정치권력과 자본은 본격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절반에 육박한다.

고용노동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41.3%는 비정규직 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문제가 됐듯 프리랜서, 일용직, 특수고용노동자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많은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절반이 비정규직 노동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 절반에 이르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감당해야 할 몫은 더 크다는 것이 더욱 문제가 된다. 고용불안, 저임금, 사회보험 가입 등에서 열악한 처지를 드러내고 있다. 비정규직은 법에 규정된 제종업 등 업종 외에도 전방위적으로 확산돼 사회불안의 불씨가 되고 있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또한 이같은 문제가 집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뿐만 아니라 배달노동자, 청소용역노동자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50년 전 전태일 열사와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할 상황이다.

또한 수많은 직종으로 나누어진 학교비정규직노동자 문제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에는 초등 돌봄전담사들이 지자체 이관을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 돌봄을 담당하는 문제를 교육청과 학교가 아닌 지자체로 이관하면 지자체 또한 이를 민간위탁으로 전환시킬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6일 세종정부청사와 더불어민주당 시도당 앞에서 1차 파업을 벌이며 지자체 이관 반대, 전일제 전환 등을 요구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및 민간위탁 가능성을 열어둔 ‘온종일돌봄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달 1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온종일돌봄 특별법을 연내에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돌봄 파업 하루 전날 ‘초등 돌봄 운영 개선 협의체’를 만들어 교사와 돌봄전담사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올바른 운영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고 18일 초등돌봄운영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협의체 회의가 예정됐던 18일 몇몇 시도교육청이 돌봄전담사 상시전일제 전환 요구가 교섭의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해 열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불투명하다.

이에 돌봄전사들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2차 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은 “돌봄전담사 상시전일제(8시간제) 전환과 교사 돌봄업무 경감이라는 접점도 마련된 만큼, 이에 초점을 맞춰 협의가 진행된다면 의미가 작지 않다”며 “진정 학교돌봄의 질적인 개선과 공적 돌봄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교사, 돌봄전담사, 학부모, 정부 등 이해당사자와 함께 공동협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일까지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멈추지 않을 경우 전국의 초등돌봄전담사들은 2차 돌봄파업을 단행할 것”이라 밝혔다.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돌봄 문제는 두드러진 사회문제가 됐다. 그런 가운데 권칠승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지자체 이관’을 규정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자체 이관’은 바로 ‘민영화’로 보고 있다. 학교에서 맡았던 공적 돌봄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돌봄 업무를 공동으로 하는 교사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해서 ‘지자체 이관’을 들고나온 셈이다.

하지만 ‘지자체 이관’ 않고도 해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남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순천 사무장은 “돌봄전담사에게 업무 시간을 더 주고, 교사 업무 부담을 줄여주면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적 돌봄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해 ‘전일제 전환’을 요구했다. 또한 “각 학교에 1명씩 전일제가 있다면 교사 업무를 분담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등 돌봄전담사는 시도교육청마다 처우가 다르다. 전남, 전북은 모두 시간제로 3~5시간 근무한다. 하지만 다른 교육청 소속에서는 전일제가 일부 도입된 경우도 있다. 충북은 200여 명이 전일제로 일하고 있다. 전일제도 지역마다 시간대가 다르다.

전남에서는 2018년까지 1주일 15시간 근무하는 초단시간제에서 이후 5시간 시간제로 바뀌었다. 신분이 무기계약직으로 바뀌었고, 40개 학교에서는 저녁 돌봄까지 7시간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지나면서 공적 돌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 역할을 초등 돌봄전담사들은 정부 영역에서 지자체 민간위탁으로 내몰기보다 ‘전일제 근무’로 처우개선을 통해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규탄 집회하고 있는 전국 택배노동자들 (출처: 택배연대노조)
택배노동자 과로사 규탄 집회하고 있는 전국 택배노동자들 (출처: 택배연대노조)

또한 전태일 열사 50주기에 가슴 아픈 이야기도 계속된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 과로사는 올해 내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택배노동자 업무량은 크게 늘어났다.

지난 2009년 박종태 열사는 택배 수수료 30원 인상 문제로 투쟁에 나섰다가 세상을 떠났고, 이후 광주에만 있던 택배노조가 전국적으로 조직됐다. 하지만 택배사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택배노동자들은 택배 업무 외에도 과중한 택배 업무와 더불어 하루 7시간씩 분류 작업에 나선다.

택배 업무와 분류 업무 등으로 택배노동자들은 하루 14시간 이상 주 70시간을 일한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OECD 가운데 최상위 장시간노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택배노동자들은 그 이상이다. 택배화물차 안에서 빵과 우유,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하루 5만 보 이상을 걷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4명이 과로사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달에도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과로사로 숨졌다.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사회문제로 떠올라 언론을 통해 택배노동자 노동 실태가 알려지자 “배송 지연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국민들도 크게 늘었다.

분류 업무를 해결하려는 택배사 노력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전체 택배 업무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는 CJ대한통운이 지난 10월 22일 또 한 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하자 물류지원 인력 4,000명 투입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비용 절반을 대리점에 떠넘기고, 대리점은 다시 택배노동자와 분담하는 방안으로 진행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다른 택배사들은 아직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단 이들 뿐만이겠는가. 초를 다투며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무리한 주행을 하다가 사고로 숨지는 배달노동자들이 있고, 정규직 대신 위험 작업에 투입돼 숨지는 건설노동자들이 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 우리 사회는 아직 노동에, 노동자에게 예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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