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인권학교 5강 ‘미디어 속 차별과 혐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부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정은경 현 질병관리청장을 두고 ‘국민 맏며느리감’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상대방에게 “예쁘다” “몸매가 좋다” 등 말에도 차별과 고정관념이 들어 있다.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은 “내가 하는 어떤 말도 혐오 표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선의로, 좋은 마음으로 하는 말이지만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언어로 이야기할 때 ‘차별’이 되거나 ‘혐오 표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순천시는 올해 처음으로 ‘민주주의 학교’ 사업을 진행했다. ‘민주주의 학교’로부터 ‘민주주의 협치학교’ ‘민주주의 인권학교’로 이어졌다. 지난 19일 ‘민주주의 인권학교’ 5강 ‘미디어 속 차별과 혐오’라는 내용을 김언경 소장이 맡아 강연했다.

이전 강의는 대면으로 국제습지센터에서 진행됐지만, 이날 강의는 코로나19 2차 유행으로 비대면 강연으로 진행돼 수강자 전원이 화상회의 앱 ‘줌(Zoom)’을 통해 수강했다.

김 소장은 먼저 “‘미디어와 인권’은 너무나 끈끈하게 연관돼 있다”며 “미디어는 대부분 사람 이야기이고, 관계 속에서 차별, 언쟁, 모욕, 혐오 등이 나온다. 취재할 때 반론이 보장되지 않거나 취재과정에서도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언론과 기자들이 경계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혐오 표현’에 주목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김 소장은 “혐오 표현은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 인종, 성적지향 등 변화시킬 수 없는 고유한 정체성 등을 비난, 조롱, 멸시, 위협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개인·집단에 대한 중대한 인권 침해 ▲공론장에 참여할 실질적 기회 박탈 ▲공적 토론장 왜곡 ▲다양성을 본질로 삼는 민주적 가치 훼손 ▲차별적 사회구조를 확대재생산함으로써 사회통합 저해 ▲민주적 존립기반 자체를 무너뜨림 등을 ‘혐오 표현’에 따른 해악으로 꼽았다.

김 소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혐오 표현이 심하게 확산됐다”고 하면서 “내가 하는 어떤 말도 혐오 표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된장녀’ ‘김치녀’ 등 언론조차 ‘~녀’로 특정하는 여성 혐오도 지적했다.

또한 언론·미디어 대표 단체들이 올해 초 내놓은 ‘혐오 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가운데 특정 계층, 성별, 소수자 등을 중심에 ‘혐오 표현’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여경 혐오론’을 꺼내 들었다. 언론과 유튜브 등에서 근거 없는 ‘여경 혐오론’으로, 때로는 ‘여경 무용론’으로 퍼져간 문제를 지적했다.

그밖에도 가부장제, 레드콤플렉스, 지역주의 같은 통치수단으로 이용돼온 관념적 ‘혐오 표현’ 등을 지적하는 한편, 일제강점기 관동대지진을 조선인 탓으로 돌린 것과 비교해 외국인 노동자, 난민 등에 대한 ‘근거 없는’ 보도 등을 예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5.18 왜곡, 일제강점기 찬양,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모욕 등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발언과 연구(탈을 쓴) 등 역사적 진실을 구체적 근거 없이 조롱, 멸시, 비난 하는 것 등을 ‘혐오 표현’으로 지정한 것도 알렸다.

특히 유명인, 종교지도자, 정치인, 권위자 등이 하는 ‘혐오 표현’은 선전선동 효과를 극대화하므로 미디어에서 반드시 지적해 줄 것, 인권 관점에서 되돌아 보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가질 것을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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