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은 2004년 신춘문예에 소설로 등단하였다. 현 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순천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평화고물상」은 1970년대 순천의 공마당을 배경으로 여순사건 피해자인 어른들의 아픔을 지켜보면서 반공교육을 받는 11살 소녀의 성장담을 다룬다.

이즈음 엄마는 점점 대범해져서 그 곳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며칠 전 그 곳에 들어간 엄마가 좀체 나오지 않았다. 곧 공떡 할머니가 돌아올 시간이었다. 공떡 할머니가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아서 겁이 났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아니 빨려들어 갔다. 어찌나 어두운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마룻장 아래서 몸을 웅크린 채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엄마를 보았다. 나는 엄마의 기이한 행동에 너무나 놀라서 곧장 그 곳에서 뛰쳐나왔다. 무서웠다. 엄마의 기이한 행동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어둠이었다. 커다란 동굴 같은 어둠이 덥석 나를 삼켜 버릴 것 같았다.

엄마가 강조하는 ‘착해요’ 하는 말에는 어둠이 묻어 있는 것 같다. 어둠 속에서 살면서 그것을 감추려는 엄마의 필사적인 노력. 그래서 나는 착하다는 말은 딱 질색이다.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나는 어제 수업을 마치고 교문 앞에서 엄마가 그토록 싫어하는 고물상집 딸 별순을 기다렸다. 교실에서 우리는 서로 알은체를 하지 않는다. 감지 않은 헝클어진 머리와 땟국물 절은 옷을 입은 별순이 곁에 반 아이들은 누구도 가려하지 않는다. 숙제도 해오지 않고 수업 시간에 졸기 일쑤여서 선생님한테도 늘 꾸지람을 듣는다.

별순의 뒤를 따라 걷다 공마당에 이르는 골목길로 접어들었을 때에야 나는 곁으로 가서 어깨를 툭 쳤다. 별순은 무심한 눈길로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숱 많은 단발머리가 앞으로 쏟아져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다.

“나 이제 너랑 못 놀아.”

별순은 다짜고짜 말했다. 입술을 깨물며 왜냐고 묻자 언니들이 집을 나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평화고물상은 내 유일한 놀이터이고 별순이가 있어야 그 곳에 갈 수 있다.

 

소설가. 2004년 광주매일 신춘문예 소설 당선. 현 순천대학교 강사, 여순연구소 연구원
소설가. 2004년 광주매일 신춘문예 소설 당선. 현 순천대학교 강사, 여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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