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려 본 적이 있다. 추운 겨울 발을 동동 구르며, 더운 여름 손 부채질에 지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그러다 기다리던 버스가 오면 반가운 마음에 올라 자리를 잡고 창밖 세상을 구경했던 기억이 있다.가끔 차가 막히거나 버스 안이 혼잡할 때 자가용을 타고 가는 사람들을 부러워 한 적이 있다. 이렇듯 버스는 불편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곳까지 어김없이 데려다 주는 꼭 필요한 수단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랜 기다림 속에 만나는 버스는 원망보다는 반가움이었고 내가 만난 416진실버스도 세월호 7주기까지 진상규명을 향한 간절한 반가움이었다. 

4.16진실버스는 6년을 넘게 만나온 시연엄마와 함께 왔다. 7주기까지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과 4.16세월호참사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공개 결의(안)를 위한 10만 국회입법 국민동의 청원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시민들에게 알리고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결국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고 삶의 희망마저 놓아버렸던 시연엄마는 다시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게 되었다.시연엄마는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통해 4.16진실버스를 알리고, 잊지 않고 행동하리라 약속했던 시민들에게 간절히 외치고 있었다. 버스킹도 지역의 단체와 간담회도 빠짐없이 참여 했다. 지금껏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시연이의 이야기는 함께했던 이들의 가슴을 울리며 다시금 울분을 느끼게 했다.

핸드폰을 꼭 쥐고 올라온 시연이의 마지막 모습. 그 핸드폰 속에 저장된 마지막 이야기.

“자기들만 살라고 우리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거야?”

“나가서 보고 올게”

밖으로 나온 친구만 살아 돌아왔다고... 거리에서 만난 시민이 거세게 항의를 했다.

“왜? 또? 염치가 있어야지!”

가슴이 무너지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 염치? 무슨 염치! 자식이 죽은 이유를 알고 싶다는데 무슨 염치를 말하는 걸까? 6년이 넘는 시간동안 국가가 국회가 제대로 된 진실조차 말해 주지 않기에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거늘 방송 한번이면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왜?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는데 염치는 무슨 염치!

그렇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 유가족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도, 세월호를 단순 사고라 여기는 언론도, 왜 침몰했고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아무도 얘기해 주는 이가 없다. 관련자를 불러 조사를 해야 하는데 조사권, 수사권도 없다. 조사하는 기간도 조사하는 사람도 부족하다. 검찰의 특별조사단 조차 유명무실한 활동으로 아무것도 밝혀낸 것이 없다. 책임자를 처벌하려면 죄를 밝혀야하는데 6년의 시간은 가고 얼마남지 않은 공소시효가 시연엄마의 마음을 옥죄어오고 있다 한다. 304명의 죽음을 생방송으로 지켜봐야 했던 그날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국민의 한사람으로 간절히 알고 싶다. 대통령기록물을 30년간 봉인해 버린 파렴치한 인간들은 오늘도 발뻗고 잘 자겠지? 그들도 공범이고 그들도 죄값을 치러야 함은 분명하다.

광주와 특별한 연이 있는 순범엄마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늘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챙기며 함께 버텨온 시간이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이가 된 지금 불현듯 순범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겁나는 거 없어. 나는 끝까지 갈거야! 그런데 무서운 것이 있어.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어버릴까봐. 시간이 지나면 세월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 질까봐. 나는 순범이의 마지막 모습이 어제같이 또렷한데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리겠지? 난 그게 무섭다.”

이제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이다.세월호참사로 시작된 촛불정국이 촛불정부를 만들어 냈으며, 대통령이 약속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임기 끝나기 전 기필코 이행해야 한다. 정의가 살아있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이 나서서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수많은 죽음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안전한 사회,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미래를 사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것이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보답이며, 그들이 살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그들 대신의 삶이기도 하다.

오늘도 4.16진실버스는 내가 가고 싶은 세상을 향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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