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원의 노래』(심미안 2020)가 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에 의해 여순항쟁 72주기에 맞춰 출간된 것은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전남 동부권의 시민사회단체나 지역 활동가들이 ‘여순항쟁’의 진실과 실체를 규명하려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이러한 활동이 나름대로 작은 결실을 맺어가는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 때 발족한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과 더불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지만 넘어야 할 산들도 많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역사적 진실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여순항쟁 특별법’ 제정을 위해 많은 지역민들의 청원 노력이 있었고, 지역 출신 정치인들의 특별법 제정 발의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지역민 간의 갈등과 국회의 여순항쟁 특별법 발의안 처리 무산뿐이었다. 하지만 여순항쟁 72주기를 맞이하면서 여순항쟁 특별법에 관한 지역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의 염원이 다시 고조되고 있으며, 지역 정치인들도 이에 뜻을 같이하고 있어 이번 21대 국회 임기 내 특별법 통과에 대한 전망을 더 한층 밝게 해주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해원의 노래』는 지금까지 유족이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증언록 출판 단계를 넘어서 유족의 증언 내용을 토대로 ‘여순항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였다는 데서 크나 큰 의미를 갖는다. 지금 우리는 여순항쟁을 고 신영복 선생이 말했듯이 ‘머리-가슴-발’에 이르기까지 긴 여정 속에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이행 과정’은 낡고 오래된 인식의 틀을 허무는 것이다. 과거 ‘여순반란사건’이나 ‘여순사건’을 넘어 머릿속 지식이나 이야기가 아닌 가슴 속 ‘여순항쟁’으로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번에 많은 작가들이 쓴 추념 창작물도 지금까지 조사자나 면담자로서 가졌던 유족들에 대한 거리감을 극복하고서 ‘입장의 동일함’(신영복)을 표현한 작가와 유족 간의 ‘참된 관계 맺기’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단계를 거쳐 ‘가슴에서 발까지 이행 과정’은 유족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우리 삶 가운데 실현하는 과정이다. 당시 여순항쟁에 대한 직접적 경험이나 체험이 전무한 후세들이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서라면 <타자와의 동일화 l’identification avec les autres>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즉 자신을 타자와 관계 맺음으로써 유가족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더구나 이번 추념 창작집 발간 구성을 살펴보면 다양한 문학 장르로써 ‘여순항쟁’에 대해 총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전통 장르인 시, 소설을 비롯하여 수필, 희곡, 서평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여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집 발간을 계기로 우리나라 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자리매김에 관해 관심이 다소 부족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정훈 여수작가회의 회장
이정훈 여수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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